기고
새 정부 혁신방안, 과학기술경쟁력 제고 디딤돌 되길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을 위한 야심찬 방안을 내놓았다.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의 R&D 예산을 바탕으로,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을 10%로 대폭 확대하고, KAIST 등 4대 과기원을 AI 허브로 전환하며, 관리 중심 규제를 혁파해 연구자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한 국가의 과학기술력이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긍정적 정책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간 우리 연구 현장은 과도한 행정 부담과 경직된 평가 시스템으로 신음해 왔다. 연구자들은 정작 연구보다 서류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평가 문화는 도전적 연구를 가로막았다. 이번 방안이 제시한 연구비 자율 사용 확대, 혁신성 중심 평가,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단계적 폐지 등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재 육성에 대한 전방위적 접근이다. 초중등 수학·과학 교육 강화부터 대학원생 지원, 신진연구자 채용 확대, 정년 후 연구 지원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른다.
해외 우수 인재 2000명 유치와 국내 외국인 유학생 정착 지원도 포함됐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인재가 모이고, 성장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정부도 인식한 것이다. 또한 연구데이터 공유 확산 체계 구축도 주목할 만하다.
정책은 구호보다 성과창출로 평가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정책은 구호보다는 성과창출로 평가받아야 한다. 35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예산이 진정한 혁신의 마중물이 되려면 제대로 된 세부전략 마련과 속도감 있는 집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많은 요소들을 세심히 살펴여 한다.
첫째, 규제 혁파는 실질적이어야 한다. 직접비 10% 자율 사용, 간접비 네거티브 규제 전환은 좋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과감하고 직접적이어야 한다. 상징적 구호가 아닌, 연구자가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평가 혁신은 실질적 문화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혁신성 중심 평가, 실패의 자산화는 말은 좋지만, 실제로 실패한 연구가 인정받고 다음 기회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평가위원 실명제와 우수 평가위원 풀 확보는 시작일 뿐, 평가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제한된 전문가를 보유한 상황에서 우수평가자 6000명에 대한 풀은 어떻게 구축하고 이들의 적극적 참여를 어떻게 독려할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
셋째, 인재 지원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대학원생 장학금이나 스타이펜드 확대는 환영할 일이지만,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의대 쏠림이 발생하는 것은 의사가 되면 안정적인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비전 때문이다. 청년 연구자들이 생활비 걱정 없이 꿈을 펼치고 스타과학자나 창업을 통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성장 트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외국인 기술창업을 과감히 지원하는 등 일론 머스크 같은 스타 CEO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이어져야
과학기술계가 당면한 문제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어려운 난제가 많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간다면 우리는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이번 방안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