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황금숙 국립장애인도서관장

“독립청사 건립 추진, 예산 확보 절실해”

2026-05-07 13:00:11 게재

장애인 접근성 고려한 ‘포용적 출판’ 중요 … 비장애인·모든 장애 유형 함께하는 ‘모두의 책’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의 읽을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장애인도서관은 장애인의 지식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대표적 기관이다. 특히,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대체자료 제작, 포용적 출판, 인공지능(AI)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인의 지식정보 접근권 수호를 위해 노력 중이다. 6일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황금숙 국립장애인도서관장을 만나 국립장애인도서관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미래 방향을 들었다.

황금숙 국립장애인도서관장 6일 서울 서초동 국립장애인도서관 집무실에서 만난 황 관장이 ‘모두의 책(가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 관장은 국회도서관 정보시스템 분석가(1985-1988), 대림대학교 도서관미디어정보과 교수(1998-2024),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현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2014-2017) 등을 지냈다. 사진 이의종

●우리나라 장애인도서관 및 관련 서비스 현황은 어떠한가.

국내 장애인도서관은 1969년 사립 장애인도서관이 개관하면서 시작됐다. 전국에 장애인도서관은 31개관이 있다. 이 중 3개관은 공립이며 나머지는 사립 도서관이다. 시각장애인 대상 도서관은 29개관, 청각장애인 대상 도서관은 2개관이다. 공공도서관의 장애인 서비스는 아직 미비하다. 장애인 서비스 예산이 없는 기관이 절반을 넘는다. 이에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대체자료 제작과 보급, 독서보조기기,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 지원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의 장애인도서관 서비스는 어떠한가.

미국과 유럽은 19세기 말부터 장애인도서관 서비스를 시작해 국가 주도의 체계를 구축해 왔다. 북유럽 국가들은 장애 여부가 아니라 ‘읽기 어려움’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요 도시의 공공도서관이 장애인 서비스를 수행하는 구조를 잘 갖추고 있다.

한편 국립장애인도서관은 2012년에 개관됐다. 이는 장애인 도서관서비스가 민간의 선의에서 국가 정책 체계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사실상 후발주자임에도 장애유형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측면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통합 플랫폼인 ‘국가대체자료공유시스템(DREAM: Direct Rapid Easy Accessible Material Service)’을 2014년부터 개발,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주도하는 국제 대체자료 공유 컨소시엄인 ‘ABC(Accessible Book Consortium) 목록’과 연동돼 국내 장애인에게는 영어권 콘텐츠를, 해외에는 국내 대체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제작한 대체자료인 ‘모두의 책(가칭)’은 어떤 책인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든 사람이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의미로 ‘모두의 책’이라고 부른다. 점자 라벨과 촉각 그림, 수어 영상, 쉬운 글 등을 담아 시각·청각·발달장애인을 모두 고려한 형태로 제작된 그림책이다. 한 어머니가 시각장애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수 없다고 한 데서 착안해 개발했다.

지난해 시범 사업을 거쳐 올해 30종을 제작해 1종당 50부씩 총 1500부를 전국 특수학교와 공공도서관, 복지기관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대체자료와 관련해 ‘본 액세서빌리티(Born Accessibility)’라는 개념이 있는데 무엇인가.

이 개념은 처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제작하는 것, 즉 ‘태생적 접근성’을 의미한다. 이는 ‘포용적 출판’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책을 출간한 이후 장애인 접근성을 보완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따라서 기획 및 제작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포함해 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에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츨판계에 포용적 출판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공공간행물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많이 사용하는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문서를 피디에프(PDF)로 변환하는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도록 최근 한글과컴퓨터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유럽의 경우, 전자책에는 장애인 접근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체자료를 제작한다고 들었다.

웹툰을 음성으로 설명하거나 인공지능 아바타를 활용한 수어 영상 제작,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의 대체자료가 인공지능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훨씬 많은 자료를 더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콘텐츠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독립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유와 어려움은 무엇인가.

국립장애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내 약 98평 규모의 열람공간과 200평 수준의 사무공간을 사용하고 있어 장애 유형별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고가 없어 자료 보존에 한계가 있고 장애 아동·청소년의 이용이 제한돼 있다. 이에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독립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원 일대 국유지를 부지로 알아보는 상황이나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전체 사업비는 963억원 수준이다. 우선 내년도 예산 편성에 설계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건립이 아니라 장애인의 지식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일이다. 관련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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