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노동시장 이중구조 못 바꾸면 지속가능 성장 없다”

2026-05-08 13:00:27 게재

이재명정부, 노동존중 유지되지만 ‘속도·소통’ 한계…“사회안전망 강화, 고용유연성 확대 수단 아냐”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문제는 ‘이중구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 격차는 임금 차이를 넘어 고용안정성, 복지, 노동환경까지 확장돼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느 기업에 속했느냐에 따라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 격차는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단계에서부터 누적되며 출발선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노동시장 내부 불평등이 확대될수록 사회 통합과 성장 기반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정책 논쟁도 이 구조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고용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선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방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유연성이 형성된 상황에서 추가 확대는 고용불안을 키우고 노동조합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노동시장 변화는 새로운 변수까지 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은 일자리 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플랫폼 노동 확대는 기존 조직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제도는 뒤따라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가파르다.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제도 변화 역시 실효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문제는 정책의 방향이다. 단순한 제도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대화가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합의가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현장 체감은 달라지기 어렵다. 내일신문 지난달 21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이러한 전환기 노동시장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동제약노조 위원장과 3선의 전국화학노조연맹(화학노련) 위원장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한국노총 창립 80주년 이래 사실상 첫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사진 장세풍 기자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한국경제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본질과 해법은 무엇인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더 이상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간 격차와 원·하청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 격차가 고착화되면서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노동시장 문제가 아니라 산업구조 전반과 연결된 문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느 기업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보상과 처우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노동시장 불평등이 확대될수록 사회 통합과 성장 기반도 약화된다. 특히 이러한 격차는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누적되며 출발선을 달라지게 만든다.

또한 이중구조는 임금뿐 아니라 고용 안정성, 복지, 노동환경 격차로 확대된다. 이는 노동시장 이동성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경제 효율성까지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해법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확립과 원·하청 구조 개선이다. 사회연대임금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조건 개선과 사회안전망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최근 고용 유연성 확대와 이에 따른 사회안전망 강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면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사회안전망은 일자리에서 이탈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 유연성 확대 수단이 될 수 없다. 현재 한국 노동시장은 이미 상당히 유연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상태에서 유연성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유연성 확대를 전제로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접근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용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이 사회 전체 안정으로 이어진다. 고용 유연성이 확대되면 고용 불안이 커지고 이는 노동조합 조직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노조 조직률이 크게 하락한 경험이 있다.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 집단행동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고용 유연성 확대는 노조 조직 기반을 약화시키고 조직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켜내는 힘이 약해지면서 전체 노동자의 처우가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정부의 노동정책과 노사관계 방향에 대해 평가해 달라.

노동을 존중하는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노동을 훼손하거나 배제하는 방향은 아니다. 다만 정책 협약 이행 속도와 정무적 소통 부족은 한계로 지적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와의 긴밀한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 효과가 떨어진 부분도 있다. 정책 방향과 현장 실행 사이 간극 보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소통이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관계를 단절하기보다 유지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은 이해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지했지만 얻은 것이 없다’는 내부 비판도 있지만 이는 단순한 불만이라기보다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평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향후 정책 이행 속도와 성과가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청년 노조 조직률 하락에 대한 진단과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청년 조직률 하락은 구조적 문제다. 인식 요인도 있지만 핵심은 고용 구조 변화다. 정규직 진입이 어려워지고 비정규직·플랫폼 노동 등 비정형 일자리로 이동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청년들이 조직률의 높은 영역이 아니라 낮은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조직률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는 개별 조직이 아닌 노동시장 구조 문제다.

플랫폼 노동 확대는 기존 조직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노동운동 방식 전환이 요구된다. 방향은 조직 밖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노동자성 인정, 사회보험 적용, 기본법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직종·지역 기반의 유연한 조직 모델을 만들고 동시에 연대노조 확대와 조직화 사업을 통해 접점을 넓혀야 한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노동시장 변화 대응 방향은 무엇인가.

AI 확산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는 요인이다. 특히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있어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도입 여부를 넘어 노동자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당사자 협의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고용영향 평가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AI를 통해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과 이익이 기업에만 집중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정 부분은 노동자와 사회에 재분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평가와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시행 이후 현장을 보면 기대만큼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청 노동자의 원청 상대 교섭 요구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고 사용자성 인정 역시 노동위원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로 인해 실제 작동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는 관망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다만 우려됐던 대규모 갈등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조정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과제는 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원청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절차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제도 취지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적 권리와 실제 행사 가능성 사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평가와 보완 과제는 무엇인가.

효과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시행 이후에도 산재 발생 추이가 뚜렷하게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처벌 중심 접근이 현장의 예방 역량 강화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제도 보완이다. 특히 열악한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사고가 집중되는 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방투자 여력과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한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법의 실효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자의 안전 참여 확대와 현장 중심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안전 문제를 사후 처벌 중심이 아니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장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법 적용 범위와 사각지대 문제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과제다.

■정년연장 지연 원인과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추진에 대한 부담이 반영되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년연장 필요성은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됐고 주요 쟁점도 상당 부분 정리된 상태다. 다만 청년고용 문제와 정치적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책 추진 속도가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제는 정책 자체가 아니라 추진 시기와 방식이다. 세대 간 고용영향과 노동시장 구조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이후에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고 구체적 입법 과정에서 쟁점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 노동상황 진단은 무엇인가.

중소 제조업 등 현장은 매우 어렵다. 구조적 문제와 경기 악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생존 위기 수준의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고 노동조건 악화와 장시간 노동, 낮은 보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안전과 기본 노동환경조차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원가 부담 증가와 수요 위축이 겹치면서 기업과 노동자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 누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체감 경기는 매우 나쁜 상태다. 정책 논의가 현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10일 한국노총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어용노조’ 이미지에 대해 사과했다. 어떤 의미인가.

과거를 단순히 사과하기 위한 취지라기보다, 한국노총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분명히 하자는 의미였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한국노총이 어떤 조직이냐는 점이다. 80주년을 계기로 그런 논란을 넘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조직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 1월 한국노총 창립 이래 사실상 첫 3선 연임에 성공했는데 내부 평가와 기대는 무엇으로 보는가.

대내외 환경이 어려웠던 시기였고 결과보다 과정과 조직 운영이 중요했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이 평가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3연임은 과거 성과보다 향후 역할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신뢰 기반 평가로 본다. 인사 기준을 조직 안배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고, 총국 기능을 정책 대응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있다. 이번 쇄신은 인사와 조직 구조를 함께 정비하는 작업이다.

장세풍 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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