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창근 국토안전관리원장
“지하공간 복합개발에 싱크홀 공포…핀셋 대책 마련할 것”
기후변화에 대응해 시설물 안전대책 변화 필요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 ‘안전 패트롤’ 투입
지하공간 복합개발로 인한 지반침하(싱크홀)에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세계에서 발생하는 일이다보니 공포감은 더 확산된다.
2월 취임한 박창근 국토안전관리원장은 싱크홀 대책을 임기내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박 원장은 싱크홀 사고 원인 분석과 대책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박 원장은 “싱크홀을 예측하기 위해 지하수 거동분석 기법을 마련하고 차수공법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한 핀셋대책인 표준매뉴얼 개정안을 10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명정부가 초반부터 강력하게 주문해온 현장 안전관리도 해결해야할 핵심 과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공사는 16만여건, 금액으로 956조원에 달한다. 이중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이 91.4%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관리자 선임, 안전보건대장 작성 의무 등은 5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된다.
박 원장은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 뿐 아니라 5억원 미만의 초소형을 집중관리할 것”이라며 “비계공사 지붕공사 등 위험공종이 포함된 현장에는 상시 안전컨설팅을 연 1만5000건 이상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한하천학회장 부산도시환경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최근 지반침하사고와 산사태 등 주요 재난사고 현장에서 원인 규명과 예방 대책 등을 마련해 대책을 제시해왔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에는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국가재난안전시스템 설계에 참여했다.
박 원장을 만나 이재명정부의 핵심 국가재난 안전관리 방안에 대해 들었다.
●이재명정부가 안전사고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시설과 공사현장 안전관련 주무 공공기관으로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하면서 사고사망자도 감소하고 있다. 건설현장 사고사망자는 2021년 271명에서 지난해 199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5억원 미만의 초소규모 현장은 사망자가 2.6% 증가했다. 이중 떨어짐 사고가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초소형 현장에 감리나 점검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을 보내 위험요소를 직접 점검한다. 일명 패트롤 컨설팅을 연 1만5000건 수행할 계획이다.
●공사현장 문제도 있지만 기존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관리 문제도 있다.
시설물안전법 대상 중 준공 후 30년이 지난 노후 시설물은 4만1328개소다. 전체 시설물 대비 22.5% 수준이다. 이런 시설물이 10년 후에는 9만3691개소로 두배 이상 늘어난다. 시설물안전법을 개정해 정밀안전진단 실시 의무대상을 기존 제1종시설물에서 2.3종까지 확대했다. 또 안전등급이 D등급(미흡) E등급(불량)으로 지정된 경우 관리주체에게 긴급안전조치 및 보수보강 의무를 부여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시설물 안전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재해 증가에 따른 재난안전대책이 있다면
기후변화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노후 기반시설의 취약성이 커질 것이다. 이제 사후관리가 아닌 예방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설계빈도 재설정이 중요하다. 과거 100년 빈도의 강우가 이제는 30년 빈도로 잦아졌다. 이를 반영한 하수관로 용량 확대, 제방보강 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기반시설 관리에 첨단 네트워크통신기술을 접목해 재난안전에 대응하는 정책결정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지하시설물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고로 국민들의 불안이 크다.
지반침하는 지하개발 또는 지하시설물 이용관리 중에 주변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지하안전법 제2조2항에 명시된 사고다. 면적 1제곱미터 이상, 깊이 1m 이상 지반침하가 발생한 경우나 사망자 또는 실종자가 발생한 경우 지반침하 발생을 통보해야 한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지반침하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전국에서 1472건 발생했다. 2022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지반침하사고 당시 영상들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불안이 가장 큰 사고이기도 하다.
●지반침하 발생에 대한 사전사후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공사단계에서 지하에 매설된 흙이 움직이는 것이 싱크홀 핵심 원인이다. 지하수와 연약지반, 굴착공사를 지반침하 3요소라 부른다. 그렇다면 매설 흙이 움직이는 원인은 지하수의 이동과 관련성이 크다. 지하수가 이동할 경우 흙이 움직이게 되고 움직인 만큼 빈공간이 생긴다. 지표면이 가까운 공간이 더 이상 흙으로 메워지지 않을 때 지상이 붕괴되는 것이다. 결국 지하수 흐름을 관측해야 한다. 지하수 거동분석 기법을 마련하고 차수공법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해 표준매뉴얼 개정안을 10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안전관리원장 임명 전 교수로 재직하며 국가 안전관리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대안을 해왔다. 이제는 국가안전재난 담당 공공기관 수장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후진국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천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선진국은 천재가 발생해도 인재 요소를 찾아낸다. 이를 천재로 치부하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불가능해져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 재해 발생시 정부가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대책조사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임기 중 해결하거나 해결방안을 마련해 놓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지하 시설물이 늘어나면서 지하세계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한 위험요소를 가지게 됐다. 기후변화 시대에 앞으로 지하는 새로운 혁신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지반침하 사고를 더 불안해하는 것이다. 지하안전체계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더 이상 대형 지하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형사고는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 주요 시설물의 노후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에 대응해 안전관리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