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회계 헌법 탄생”…‘회계기본법 제정’ 논의 점화

2026-05-08 13:00:09 게재

“회계투명성을 국가 운영 핵심가치로 공식 채택한다는 선언”

회계감독원 신설해 감리 기능 부여…회계 사각지대 없앤다

회계학회·감사인연합회 공동포럼, 여야 법안 장단점 분석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회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이 모여 여야가 발의한 회계기본법안을 놓고 감독체계와 적용 범위 등을 비교·분석하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8일 한국회계학회와 한국감사인연합회는 서울 서대문구 공인회계사회관 강당에서 ‘우리 사회 전반의 투명성 향상을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의 바람직한 방향’을 주제로 회계인공동포럼을 개최했다.

김기영 한국회계학회장은 “그간 우리 사회는 영리기업의 회계투명성 확보에는 많은 공을 들여왔으나, 비영리조직이나 공공기관 등 이른바 회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해왔다”며 “현재 회계 관련 소관부처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여러 부처에 파편화돼 있고, 이러한 칸막이 행정은 일관된 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고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윤 한국감사인연합회 회장도 “(회계기본법의) 적용범위에 있어 내·외부의 이해관계자가 모두 신뢰하는 회계정보는 영리기업은 물론, 비영리조직 및 공공기관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공통되는 것으로서 회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이들을 모두 포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법 제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여” = 이날 발표자로 나온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계기본법 제정은 한국 입법사에서 회계 분야의 헌법적 토대가 처음으로 마련된다는 의미를 갖는, 최초 회계 헌법의 탄생”이라며 “이는 단순히 법률 한 편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회계투명성을 국가 운영의 핵심 가치로 공식 채택한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현행 회계 관련 법제가 수십개의 법률에 산재해 있는 것을 통합하고 회계 규율의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는 것과 함께, 한국이 회계투명성을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국제사회에 발신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회복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회계기본법 제정안은 2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현행 회계 법제가 여러 개별 법률에 분산돼 있어 법인 유형별 규율 수준의 차이와 회계규율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는 차이가 있다. 회계정책과 감독의 컨트롤타워와 관련해 박 의원안은 국무총리 소속의 회계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폭넓게 참여하는 ‘다부처 조정형’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최 의원안은 국무총리 소속 국가회계위원회를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으로 규정하고, 별도의 회계감독원 설립까지 포함으로써 보다 집중적이고 집행지향적인 감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회계기준 제정 방식과 감사기준 설계에서도 차이가 있다. 박 의원안은 기존 주무관청이 회계처리기준을 제·개정하되 회계정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외부감사법상 회계감사기준을 적용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반면 최 의원안은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 모두를 위원회 사전승인 체계 아래 두고, 기준 설정의 중심을 보다 상위 기관으로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박 의원안이 기존 주무관청 체계를 일정 부분 존중하는 방식이라면, 최 의원안은 기준 설정과 감독 기능을 보다 강하게 중앙화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여당안, 실현 가능성 높지만 독립성 미흡 = 박 의원안에 대해 권 교수는 “새로운 독립 행정기관을 신설하는 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 시행에 필요한 조직·예산·인력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등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제도 설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계정책위원회가 사실상 행정부 내 부처간 조율 협의체에 불과하고 사무국을 금융위원회에 둠으로써 위원회가 사실상 금융위원회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별도 집행 기관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위원회가 감리 등 회계 감독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상설 집행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최 의원안에 대해서도 장단점을 분석했다. 그는 “국가회계위원회를 정부조직법상 독립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한다는 점은 이 법안의 가장 중요한 장점으로 회계 감독의 실질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실현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단점으로 언급했다.

권 교수는 “이 법안은 명시적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두 법안이 별도로 심의·처리되는 과정에서 한 법안이 부결되거나 수정 의결될 경우 회계기본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집행기관으로 회계감독원 신설을 규정하면서도 핵심 사항을 전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대통령령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형식적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감독원의 독립성, 예산 자율성, 인사권 등은 반드시 법률 수준에서 기본 골격이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독기관 구조, 미국 SEC와 PCAOB 관계 모델로 = 그는 감독기관 구조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PCAOB(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기준·조정은 국가회계정책위원회가, 실제 감리·조사·집행은 감독원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국가회계정책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하되, 정부조직법상 독립적 권한을 행사하는 위원회로 위상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회계감독원은 국가회계정책위원회 산하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하고 현재 각 부처에 분산된 감리 기능을 감독기관 하나로 통합하면 감리 전문인력의 집중 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종만 등록회계법인협의회장은 “회계기본법의 제정 목적이 현행 각종 법률에 산재돼 있는 회계 관련 규정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제고하는 것을 고려하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회계감독원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안을 기본적인 토대로 하면서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안 교수는 “기본적으로 1차적이고 직접적인 감독·집행 권한은 기존의 주무관청에 존치시키되, 회계기본법의 주무관청에게는 기존 단체 유형별 주무관청을 매개로 한 2차적이고 간접적인 감독·집행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회계기본법의 주무관청이 해당 회계처리기준의 수정을 요청할 경우 해당 단체의 기존 주무관청은 그 요청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회계처리 기준의 전문성과 일관성이 확보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철희 한국공인회계사회 공공·비영리본부 본부장은 “회계기본법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회계 관련 규율을 보다 합리적이고 일관되게 정비하는 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회계 사각지대를 줄이고 중복규제를 완화하며, 회계정보의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회계기본법은 우리 경제의 신뢰 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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