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플랫폼 기업들의 AI 전환 전략

2026-05-11 13:00:00 게재

'축적된 데이터' 통한 생태계 구축…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미래 성장동력 가속화

데이터와 AI로 진화하는 라쿠텐

라쿠텐 그룹은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이커머스(EC) 플랫폼인 ‘라쿠텐 시장(楽天市場)’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여기에 금융 모바일 광고 물류 등 다양한 서비스가 결합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며 고객을 자사 플랫폼 안에 효과적으로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월간 약 4500만명의 이용자, 1000만 회선을 넘는 모바일 가입자, 그리고 약 25년간 축적된 방대한 서비스 데이터는 라쿠텐이 스스로 ‘금광’이라고 표현할 만큼 중요한 전략자산이다. 라쿠텐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와 서비스 전반의 고도화를 추진하며, 데이터 중심의 플랫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라쿠텐은 2025년 국내 EC 거래액 6조엔을 돌파했으며, 2030년까지 ‘라쿠텐 시장’의 거래액을 10조엔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성장전략의 핵심에는 ‘AI의 적극적 활용’이 자리 잡고 있다. 라쿠텐은 “세계에서 가장 AI를 많이 활용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쇼핑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AI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스토리 이면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한 모바일 사업은 여전히 라쿠텐 그룹의 가장 큰 부담 요인 중 하나다. 가입 회선 수는 1000만을 돌파했고 신규 가입자 확보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통신 업계 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모바일 사업과 라쿠텐 시장 성장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사업의 확대는 젊은 층의 유입을 촉진하며, 이는 다시 라쿠텐 시장의 이용자 기반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라쿠텐의 미래는 ‘AI 기반 데이터 경쟁력’과 ‘모바일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축에 달려 있다. 모바일 사업이 안정적으로 흑자구조에 안착할 경우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쿠텐이 AI와 데이터를 무기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모바일 사업이라는 부담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지가 향후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메르카리는 100개국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앱을 출시하며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만화·게임 관련 상품을 중심으로 단순한 중고거래를 넘어 일본 콘텐츠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처 메르카리 홈페이지

DeNA의 AI 올인 전략

DeNA라는 이름은 ‘DNA(유전자)’와 ‘e커머스’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이름 그대로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사업의 ‘유전자’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 출발점은 1999년 “휴대폰으로 오픈마켓이나 경매 사이트를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이후 DeNA는 게임사업을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다. 2009년 출시한 소셜 게임 '괴도 로얄'은 아이템 과금 모델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계기로 광고 중심에서 과금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2013년에는 사상 최고 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의 정점에 도달했다.

최근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변화하며 스포츠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과 프로농구 팀 운영에 참여하는 등 디지털을 넘어 오프라인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초기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해 온 DeNA의 행보는 기업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DNA’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25년에는 모바일 게임 '포켓포켓(Pokémon Trading Card Game Pocket)'의 대히트에 힘입어 매출 1640억엔, 영업이익 290억엔을 기록하며 V자 회복에 성공했다. 스포츠 사업 역시 프로야구 구단 운영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DeNA는 성장전략으로 ‘AI 올인(AI-ALL-IN)’을 내세우며, AI 활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신규 사업 창출을 통해 추가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업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전략이다.

‘AI ALL-IN’ 전략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AI를 활용한 전사적 생산성 향상이다. 모든 직원이 AI를 활용하는 ‘AI 네이티브 조직’으로 전환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둘째,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이다. 게임 라이브스트리밍 헬스케어 등 기존 사업에 AI를 접목해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려는 접근이다. 셋째, AI 기반 신규 사업 창출과 성장이다. AI 자체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삼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결국 ‘AI ALL-IN’ 전략은 기술 도입을 넘어 기업의 체질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DeNA는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AI 올인’이 완성된다고 보고 있다. 과거 게임사업으로 성장의 정점을 찍었던 DeNA가 AI를 통해 다시 한 번 새로운 성장 곡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르카리, 플랫폼에서 핀테크·AI 기업으로

메르카리는 2013년 2월 경매 방식이 아닌 즉시 구매가격(정가)을 기본으로 하고, 출품부터 구매·결제·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앱 내에서 완료할 수 있는 스마트폰 특화 중고거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거래 경험 자체를 혁신한 시도였다. 출시 초기에는 TV 광고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선제 투자를 단행했고, 6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700만으로 급증하며 니치 시장에서 대중 시장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을 만들어냈다. 특히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를 끌어들이는 C2C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를 빠르게 작동시킴으로써, 후발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구조적 진입 장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메르카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한 가치 제안’ ‘이용 장벽의 철저한 제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 구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위에 서 있다. 월간 이용자 1900만명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명확하다. 누구나 쉽게 불필요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는 직관적인 고객가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절차를 제거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래를 설계한 점이 대중화를 이끈 핵심 요인이다.

수익구조 측면에서도 메르카리는 단순한 수수료 모델을 넘어서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스크로(예치금) 시스템이다. 구매자가 결제한 금액을 메르카리가 일정 기간 보관한 뒤 상품 도착이 확인되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약 45일간 발생하는 자금을 운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019년 도입한 결제 서비스 ‘메루페이(Merpay)’는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적 또한 이러한 전략의 성과를 잘 보여준다. 2025년 6월기 기준 연결 매출 1926억 엔, 영업이익 275억엔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핀테크 사업이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신용카드 ‘메루카드’ 발급 수가 500만장을 돌파하는 등 고객 기반 역시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전략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메르카리는 100개국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앱을 출시하며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만화·게임 관련 상품을 중심으로, 단순한 중고거래를 넘어 일본 콘텐츠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사용자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한편 메르카리는 2025년 8월 ‘AI 네이티브 컴퍼니’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또 한번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제품과 업무 프로세스를 AI를 전제로 다시 설계하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이다. 이러한 변화는 개발 현장을 넘어 인사평가 등 조직 운영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수수료 수익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결제·후불결제(BNPL)·B2C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금융이라는 서로 다른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과 금융서비스 사업이라는 이질적인 수익 구조를 하나의 조직 안에서 운영해야 하는 과제는, 앞으로 10년 메르카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