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문·경력직 채용에 회계사 대거 지원…추가 선발 나서

2026-04-30 13:00:00 게재

경쟁률 10대 1 넘어 … 업계 불황 영향

대형 회계법인 근무 경력 회계사 다수

30명 선발해 주로 불공정거래 조사 배치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문·경력직으로 채용한 회계사 30명을 부서에 배치해 연수를 진행 중이다.

매년 경력 회계사들을 뽑고 있지만 이번 채용 과정에서는 경쟁률이 10대 1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추가로 전문·경력직 60명을 채용하기 위해 30일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내달 14일까지 전문·경력직 채용 원서접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모집 분야는 회계사(15명 이내), 변호사(10명 이내), IT(10명 이내), AI 개발·운영(2명 이내), 금융AI·빅데이터(4명 이내), 수사(6명 이내), 디지털포렌식(1명 이내), 리스크관리(3명 이내), 보험계리(2명 이내), 금융회사 검사(7명 이내) 등 총 10개 분야 60명 이내다.

금감원은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갖춘 실무 인재를 확보해 감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AI·빅데이터 분야 전문인력을 확충해 금융권의 AI 확산에 따른 감독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금융감독 업무의 AI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경제·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 경력을 보유한 전문인력 보강을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역량도 제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경력직 채용에서 회계사 30명과 변호사 10명을 선발했다.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불공정거래 조사 인력을 증원하기로 하면서 전문직 확충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회계·법률 전문가를 관련 부서에 전진 배치했다. 다음주까지 연수를 진행한 후 실무에 투입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경력직 채용에서 회계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경력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의 경우 관련 업무경력 3년 이상을 요구한 것과는 차이를 둔 것이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취업을 못해 수습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들이 급증하면서 금감원이 채용 확대를 위해 경력 요건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필기와 면접 전형을 다 거쳐 들어온 신입 공채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채용을 진행한 결과 대형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경력 5년차 안팎의 회계사들이 대거 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2~3대 1 수준에 그쳤던 경력직 회계사 선발 경쟁률이 이번에는 10대 1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은 감사 시장의 출혈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계업계의 구조적 불안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 보수 하락과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조차 이직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특히 장시간 근무와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최운열 회장은 지난 13일 2026년 제1차 청년위원회를 열고 감사시즌 근로환경에 대한 감사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잇따라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감사시즌 근로환경 개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감사 현장의 청년 회계사들 의견을 수렴해 재발 방지를 위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안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 기업의 외부감사를 강화하는 회계개혁을 단행했고, 이에 따라 감사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회계사 선발 인원도 확대됐다. 하지만 금리상승과 경기둔화로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크게 위축되면서 회계법인들의 컨설팅 매출이 급감했다. 회계법인들은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감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저가 수임 등 출혈경쟁이 심화되며 감사 시장 전반의 환경이 악화됐다.

경력직으로 들어온 변호사 중에는 경력 10년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업계의 수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을 갖춘 변호사들까지 금감원에 지원한 것이다.

금감원은 추가로 60명의 전문·경력직 선발에 나섰다. 금감원이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들어온 전문직들이 얼마나 금감원에 계속 근무할지는 의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몇 년 간 경력직 채용을 확대했지만,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는 직원들도 속출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업무강도가 높고 연봉이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권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력을 갖춘 전문직 인력을 계속 붙잡아둘 유인이 부족한 영향이 크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임금상승률 등이 공공기관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금융업권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내부적으로 크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첫 금감원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김상우(1987년생) 소비자소통국 선임조사역은 집행부를 구성하고, 현재 인건비 규제 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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