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칼럼

선거 속설, 데이터로 검증하다

2026-05-11 13:00:00 게재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말들이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가 유리하다” “비가 오면 보수가 유리하다” “막판 부동층이 승부를 가른다” “여론조사 1위 후보에게 표가 쏠린다”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속설들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래서 언론보도나 선거해설에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실증적 선거 연구는 이런 속설들이 대부분 허구임을 보여준다.

가장 널리 퍼진 통념은 투표율과 이념성향의 관계다. 항상 노령층의 투표율은 청년층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투표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청년층 유입 때문이므로 진보 진영이 유리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선 결과는 이 도식과 상반된다. 17대 대선에서는 투표율 63.0%에 보수인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18대 대선에서는 투표율 75.8%에 박근혜 후보가, 19대 대선에서는 투표율 77.2%에 문재인 후보가, 20대 대선에서는 투표율 77.1%에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투표율이 높아도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승리했다. 일관된 방향은 없다.

중요한 것은 투표율 그 자체가 아니다. 어느 진영이 자기 지지자를 더 효과적으로 투표소로 이끌어냈는가, 즉 동원 능력이다. 청년층 투표율이 오른다고 해서 자동으로 진보진영이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 청년층 안에서도 성별에 따른 정치성향이 뚜렷이 구분된다. 20대 대선을 보면 20대 여성과 남성 유권자의 이재명 후보 지지는 각각 58%와 36.3%였다. 21대 대선에서는 여성 58.1%, 남성 24%다. 젊은 남녀 유권자의 지지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따라서 투표율이라는 하나의 요인만으로 이념 진영별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게 단순화된 시각이다.

'선거 속설' 과도한 단순화 또는 허구

날씨를 둘러싼 속설도 마찬가지다. 선거일에 비가 오면 청년층이 투표장에 덜 나가고, 그 결과 보수진영이 유리해진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이 통념을 반박한다.

강우창과 김지한(2024)은 18대부터 21대까지의 국회의원 선거 자료를 읍면동 단위 강수량 자료와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사전투표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비가 올수록 오히려 진보정당의 득표율이 올라가고 보수 정당의 득표율은 내려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통념과는 반대방향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다. 사전투표가 확산되면서 선거 당일 날씨의 영향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사전투표율은 2024년 22대 총선에서 31.3%, 2025년 21대 대선에서 34.7%로 상승했다. 유권자 셋 중 한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하는 환경에서 당일 날씨가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통념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승자편승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반대로 열세후보에게 동정표가 모이는 ‘열세자 효과’가 있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효과를 의식해서 선거캠프에서 압도적 우세 판세를 주장하기도 하고 때론 열세에 놓여 있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것도 이러한 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증분석을 보면 선거판세에 따라 투표 선택을 한다는 유권자는 드물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답변한다. 전형적인 제 3자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권혁남(2016)은 여론조사 정보가 선거 관심을 높이기는 하지만 투표참여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혹여 두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해도 승자편승 효과는 우세후보에게 그리고 열세자 효과는 열세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투표율은 상승하지만 어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해지지 않는다.

막판 부동층이 승부를 결정한다는 주장도 자주 언급된다. 물론 접전 선거에서 부동층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재철·손려원(2023)의 연구에 따르면 부동층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부동층 안에 다른 유형의 유권자가 혼재되어 있어서 일부는 막판에 결정을 내릴 약한 결정자이고, 일부는 끝내 투표하지 않을 잠재적 기권자다.

따라서 “부동층 25%”라는 숫자가 곧 “결과를 바꿀 25%”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거 막판에 부동층을 잡기 위한 48시간 무박 선거 캠페인은 열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실제 효과는 통념만큼 크지 않다.

선거 판세 분석, 동원과 맥락으로 봐야

선거 속설은 단순한 인과를 제시하기에 매력적이다. 그러나 실증적 학문 연구는 어느 통념도 일방적으로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투표율은 동원의 함수이고, 날씨 효과는 사전투표제가 매개해 사라지고 있으며, 쏠림과 동정은 서로를 상쇄하고, 부동층은 약한 결정자와 잠재적 기권자가 섞인 이질적 집합이다.

선거를 읽을 때 필요한 것은 한줄 도식이 아니라 동원과 맥락이라는 두 겹의 시야다. 그래야 결과가 발표된 뒤 사후적으로 갖다 붙이는 자의적 해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강대학교 석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