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스스로 내란프레임에 뛰어든 국민의힘 대표
6.3 지방선거가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이 내란 프레임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원인이겠으나, 본질적으로 탄핵과 계엄의 늪에서 헤어날 생각이 없는 국민의힘이 기본동력을 제공했다. 지방선거 초반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5대 1로 압승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다수였다.
그런데 접전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의 여론 동향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유는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다.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는 대구·부산시장 선거와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미묘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이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윤 어게인’ 인사들에 대한 공천은 기존의 일방적 프레임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무위로 돌리고 있다. ‘윤 어게인’ 대 ‘조작기 특검’ 프레임은 추격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오히려 호재다. 윤 어게인 프레임은 이미 완벽하게 기울어진 구도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14곳의 재·보궐선거 역시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 구도에 미세하나마 균열을 보이고 있다.
특검법이 흔든 판세 다시 가동된 '윤 어게인'
그런데 다시 더욱 강력한 ‘윤 어게인’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해 3월 극우 집회에서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 8일 외신 인터뷰에서 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크리스천인 제 신념”이라고 답했다. 또 “계엄해제의 유일한 방법이 탄핵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석훈 국민의힘 안산갑 후보는 강성 유튜브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그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서 사실상 계엄을 했다”며 불법계엄의 책임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당 지도부가 ‘절윤’을 선언했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는 국민의힘의 태생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진숙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 후보는 “윤 어게인이 범죄자냐”라고 했고, 김태규 울산 남구갑 후보는 “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탄핵소추는 내란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인천 연수갑의 박종진 후보는 윤석열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에 대한 ‘내란정당’ 공세를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이러한 인사들의 발언은 ‘윤 어게인’과 ‘내란 프레임’을 재차 상기·강화시키고,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를 빌미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행태의 무망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집권 1년에 치러지는 선거라면 대통령 지지율이 견고하더라도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론이 힘을 얻기 마련이다. 게다가 입법과 행정 권력을 장악한 정당에 대한 견제론의 부재는 바람직한 선거구도가 아니다. 입법과 행정, 지방권력까지 특정 정파에 쏠리게 되면 권력의 속성상 독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는 이러한 당위적 명제에 힘을 실을 수 있었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은 스스로 내란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며 다시 게임을 ‘궤멸적 참패’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9일 의원총회에서 ‘절윤’을 선언했지만 인적쇄신과 계엄세력과의 단절을 보여주는 실천적 행동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누가 그 진정성을 인정하겠는가.
장 대표 지도부와 국민의힘 극우 인사들에 대한 비판은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막상 선거 국면에 들어와 접전 지역에서 보수층 결집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 대표의 계엄인식이 적나라하게 조명되고, 여러 인사의 과거 발언이 다시 소환된다면 승부는 본격 선거전 이전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구도 무너진 국힘, 궤멸적 참패 자초하나
쟁점축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선거공학에서 승패를 좌우한다. 의제 설정에서 앞서고 구도를 압도하는 측이 선거에서 이긴다. 이른바 구도의 규정력이다. 국민의힘은 ‘조작기소’와 ‘공소 취소’ 프레임으로 ‘윤 어게인’과 ‘내란 프레임’을 상쇄하려 하겠지만 정작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동력이 윤 어게인이라면 이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시민 일반과 괴리된 인식으로 역대급 궤멸적 참패를 자초하려는 것인가. 참으로 헌정사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당과 인사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