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35 인천 소야도

13만 당나라 군대가 주둔 했던 섬

2025-11-21 13:00:01 게재

소야도는 덕적도와 형제 섬이다.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에 속한 소야도는 손 내밀면 닿을 듯 덕적도와 가깝다. 지금은 두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 한섬처럼 지낸다.

덕적도와 소야도 사이의 해협은 강처럼 폭이 좁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이 작은 바다를 독강이라 부른다. 바다의 강, 과거에는 힘들게 노를 저어 오갔을 독강을 이제는 자동차를 타고 쉽게 오간다.

덕적도의 관문은 도우 선착장인데 소야도의 관문 또한 도우 선착장이다. 특이하게도 두 섬의 나루터 이름이 동일하다.

소야도라는 지명은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과 연관이 깊다고 전해진다. 신라와 연합한 당나라 13만 대군은 백제 침략 전 덕적도에 4개월 동안 주둔했다. 섬에는 당나라군의 진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담안(중노골) 유적이 남아 있다. 100여평의 땅에 초석을 쌓았던 흔적이다.

소야도의 평화로운 모습. 사진 섬연구소 제공

소야도에는 도우 텃골 큰말 등 세 개 마을이 있다. 큰말은 섬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보건진료소와 파출소, 경찰 초소가 이 마을에 있다. 근처에 떼뿌리 해수욕장이 있어서 여름에는 제법 많은 피서객들이 들어오지만 철 지난 가을 섬은 한적하다.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한두 군데의 행정 관청이 있다. 모두가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겠지만 섬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기관은 면사무소도 파출소도 농수협도 아니다. 보건소다.

특히 병의원이 없는 작은 섬일수록 보건소는 주민들의 생존에 절대적이다. 소야도 보건진료소 건물은 소야도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소중한 기관이다. 보통 군 보건소 산하에 면 단위마다 보건지소가 있고 보건지소 아래 보건진료소가 있다. 대게 보건지소에서는 의대나 한의대를 갓 졸업한 공중보건의들이 병역의무를 대신해서 진료한다.

하지만 보건진료소에는 공중보건의가 없다. 대신에 임상 경험이 풍부한 간호사들이 특수교육을 이수한 뒤 소장으로 부임해 주민들의 건강을 돌본다.

보건진료소도 정해진 근무 시간이 있지만 의료기관이 하나뿐인 소야도 같은 섬에서는 근무 시간이 따로 없다. 한밤중에라도 환자가 찾아오면 치료해 드려야 한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인 소야도에서는 성인병과 만성질환, 퇴행성 관절염, 위염, 고협압, 당뇨 등이 가장 흔하고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질병들이다. 그러니 보건진료소는 치료보다는 주민들의 건강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큰 임무다.

큰말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대야 두개에 비단 조개가 가득하다. 할머니 한 분이 막 잡아온 것이다. 할머니는 바다를 오가며 동이로 바닷물을 퍼 나른다. 비단 조개의 모래를 우려내기 위해서다. 모래와 펄이 섞인 갯벌에 살기 때문에 모래와 펄을 뱉어내게 해야 먹을 수 있다. 서너 번씩 물을 갈아 주어야 제대로 해감이 된다.

비단 조개는 주로 젓갈을 담거나 삶아서 말린다. 섬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판매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천으로 팔려가 칼국수나 찌개, 중국음식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

“지금 물이 적어서 그렇지 물을 하나 가득 칠렁칠렁 부으면 쓱쓱 씌어 다녀요. 쓱쓱 씌어 다녀.”

바닷물 속에서 비단조개들이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닌다는 말씀이다. 소야도에는 백섬백길 85코스인 소야도 해안 능선길이 있다. 총길이 6.8㎞인 이 길은 떼뿌루해수욕장에서 출발해 막끝과 짐대끝을 거쳐 다시 떼뿌루해수욕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