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3.1운동-이집트혁명 연결 ‘평화 메시지’
양국 근현대사 공통점 찾아내 ‘외교 서사’로 적극 활용
‘SHINE 이니셔티브’ 제시 …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대학교 연설에서 내놓은 ‘대중동 구상’은 양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내 ‘외교 서사’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소환한 것은 1919년 양국의 ‘평행 역사’다. 이 대통령은 “한국인과 이집트인은 지정학적 운명에 순응하며 주어진 평화를 누리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며 “따로 또 같이 써내려 가던 평화에 대한 열망은 1919년 운명과 같이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1919년 일제에 항거해 일어났던 대한민국의 3.1운동과 영국 식민지배에 맞서 전국적 저항 운동이 일었던 이집트 혁명을 동시에 불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인은 자주독립의 의지로 우렁찬 평화의 함성으로 일제의 무도한 총칼을 이겨냈다. 같은 해, 이집트에서도 독립의 열망을 알리며 분연히 일어난 이 땅의 주인들이 있었다”면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음에도 자주 독립과 자유, 평등의 정신 앞에 한국과 이집트의 시민들이 서로 연결돼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과 이집트인이 겪은 공통의 역사를 끌어내 정서적 합일점을 끌어낸 셈이다.
이 대통령은 1943년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의 독립을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약속한 카이로 선언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마친매 1943년 11월 27일, 이곳 카이로에서 대한민국은 빼앗긴 빛을 되찾을 길을 얻었다”고 말했다. 당시 연합국 소속인 미국 영국 중국 지도자들은 카이로에 모여 ‘카이로 선언’을 발표했는데 ‘세 강대국은 한국 국민이 노예화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시기에 한국이 자유롭고 독립된 나라가 되도록 한다는 결의를 밝힌다’는 유명한 구절이 포함돼 있다. 이 선언은 당시 한국인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다시 불타오르게 했을 뿐 아니라 카이로라는 도시를 기억에 선명하게 남기는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양국 근현대사를 조명하며 ‘평화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는 남북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알시시 대통령도 이런 구상에 관해 확고한 지지를 표현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평화, 번영, 문화라는 중동 지역과 한국의 미래 협력 비전의 세 가지 축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카이로 선언이 당시 한국인들의 빛을 다시 찾을 수 있는 희망을 줬던 것을 비유하듯 비춘다는 뜻의 영어 단어 ‘SHINE’의 앞글자를 따 중동 구상을 내놨다.
‘SHINE 이니셔티브’란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을 의미한다. 의 영어 첫자를 조합해 평화, 번영, 문화 세가지 영역에서 중동과 한반도가 상생하는 미래를 열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카이로대 연설에 앞서 압델 파테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각종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특히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카이로=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