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유럽 톺아보기

미 좌파의 유럽화, 유럽 강성 우파의 트럼프화

2025-11-25 13:00:10 게재

자유민주국의 중추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정치권력이 격변하고 있다. 절대권력 중국 시진핑과 러시아 푸틴, 이에 연민하는 트럼프에 대한 반동일 수 있다. 지난 11월 4일 개최된 미국 주지사·시장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했다. 또 ‘위기의 유럽공동체(EU)’의 중심국가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온건 좌우파 정당이 쇠퇴하고 강경우파가 득세하고 있다.

자유진영에 가장 영향력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고, 아이러니하게 미국에서 그에 대한 반동으로 급진 좌파가 승리했다. 유럽에서 그를 닮아가는 강경우파가 권력을 잡아가고 있다. 전자로 뉴욕·시애틀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와 케이티 윌슨, 후자는 독일 AfD의 알리스 바이델, 영국개혁당의 나이젤 패러지, 프랑스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 등이다. 유럽의 극우들은 모두 트럼프를 모델로 반이민에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추구한다.

거대담론보다 생활정치 공약이 승리

자유민주국가에 ‘선거 승리법칙’이 있다. 3가지로 시대정신 및 공약, 새 리더 출현, 젊은층 잡기 및 연대 등이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잘 나타났다.

첫째, 시대정신을 잡고 이에 기반한 전략과 공약 제시다. 주지사와 시장을 뽑기 때문에 ‘거대담론’보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민생생활정치가 중요하다. 지난 10월 미국 CBS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56%가 ‘지갑 문제’에 관심이 높고, 민주주의 자유 통치 등에 대한 관심은 38%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우파 백인민족주의 정책에 대한 선동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의 반이민자·반무슬림과 친유대인·부자친화정책에 대한 반동으로 새 급진세력에 공간을 활짝 열어주었는데 무상시리즈를 발표한 ‘민주사회주의자’ 맘다니가 대표적이다. 유럽의 급진좌파 정책이다.우리나라도 진보 진영이 무상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보았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유럽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NZZ)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진정한 승자를 버지니아주 애비게일 스판버거와 뉴저지 마이키 셰릴 주지사 당선인으로 간주한다.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두 여성은 최초 민주당 주지사, 최초 여성 주지사 등 새 역사를 썼다. 뉴욕시장 맘다니에 대한 보도들이 많았지만 후자에 대한 분석은 드물다.

NZZ는 “이들이 맘다니보다 훨씬 더 강했고, 훨씬 더 도전적인 지형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또 선거승패를 좌우하는 중도 확장성이 있다.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 후보의 대선승리 주역 중 한명인 민주당 전략가 폴 베갈라는 “스판버거와 셰릴이 채택한 온건 전략이 맘다니의 급진 방식보다 민주당 미래에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데이터로 중도성향 스판버거가 지난 대선 해리스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했고, 반면에 맘다니는 해리스보다 18점 뒤진 점수를 받았다. 맘다니는 또 지난 35년 동안 뉴욕시에서 가장 약한 54% 득표로 승리했다. 에릭 아담스 전 시장은 67%, 빌 데블라시오 전 시장은 73% 득표했다. 베갈라는 클린턴 선거 전략의 부활인 “멍청아! 무료버스·무료보육, 임대료 동결, 시 소유의 식료품점, 부자 증세 이슈가 선거에서 먹혔다”고 평가한다.

두 여성 후보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페미니즘을 내걸고 마초인 트럼프에게 패배한 해리스 후보의 전철을 따르지 않는 새 선거 전략을 폈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게 때문에 반트럼프 주자로 ‘알파 걸’ 이미지를 내세웠다. 독특한 커리어에 다 자녀를 둔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후보들이 승리했다. 셰릴은 해군 헬리콥터 조종사 출신으로 세자녀를, 스판버거는 정보기관 CIA 출신에 다자녀를 두고 있다.

알파 여성 후보들은 교통·전세 등 생활비 안정, 복지 강화, 다양성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워킹 패밀리 파워에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 및 청년들을 끌어들여 성공했다. 대학교육을 받은 중산층을 더 많이 끌어들인 것은 백인을 더 많이 끌어들인 트럼프 모델의 역 이용이었다.

다이나믹한 후보의 젊은층 잡기

둘째, 미국 중간선거가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하게 새 리더가 나타나면 이긴다’는 선거 승리법칙을 잘 보여주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미국 ‘예비선거(프라이머리)’ 제도 덕분이다. 정당 지도부가 공천하지 않고 유권자들이 직접 뽑는 방식이다. 정치신인이 현직시장을 꺾을 수 있다. 이 제도도입으로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선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미국 민주당은 진보·여성후보 및 정치 신인을 공천해 변화 의지를 보여주었다.

또 이번 민주당 후보들은 ‘이중 기득권 세력’ 즉 집권하고 있는 트럼프 세력과 민주당 내에 기득권 세력과 승부에서 승리했다. 정치경험이 없는 34살의 무슬림인 맘디니는 현직 민주당 출신 주지사 쿠오모를, 윌슨 역시 민주당 출신 현직시장 브루스 해럴을 박빙으로 이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은 “맘다니는 선거 천재”라고 평가할 정도다.

셋째, 또 다른 선거 승리법칙은 미래 세대인 ‘젊은 층’ 잡기 및 세력 연대다. 미국 선거에서 트럼프에 정책에 불만을 품고 분노한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뉴욕에서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유권자 투표율은 2021년 시장 선거 11.1%에서 올해 41.3%로 상승했다. 뉴저지에서는 18세~44세 유권자가 전체 31%, 버지니아에서는 33%였다.

선거 전략에 잘 반영해 이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와 프라이머리 선거에서 혁명적 후보를,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선택하게 해 승리했다. 젊은층에서 민주당 맘다니 후보가 민주당 출신 쿠오모 전 주지사를 66대 30로 이겼다. 또 중산층과 대졸 출신들 유권자들이 뭉쳤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가 2026년 중간선거 향방이 어디로 갈지 나침판이 될 수 있다. 거대담론보다는 민생 생활정치가 중요하다 는 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역선거 결과가 차기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 선거전문가들은 아직 차기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그 이유로 유권자들이 ‘일 잘하는 정당’으로 공화당을 꼽고 있다. CBS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유권자가 24%p 높게 나타났다. 광범위한 문제해결 능력에서 더욱 차이가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공화당을 32%p 높게 행동지향적인 정당으로 간주한다.

유럽 중도 좌우파 설 자리 좁아져

독일 고급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는 “오늘날 미국과 유럽정치를 변증법적 역학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극단주의는 그 반대를 만들어내고, 증오심이 강렬할수록 균형회복의 반대운동이 심해진다”고 진단한다. 미국 양 거대정당이 유럽 정당들처럼 더 극단적인 좌우파로 변신하고 있다. 강경우파 트럼프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급진좌파 맘다니가 트럼프를 ‘파시스트’로 비난하면서도 극좌우로 서로 통한다.

또 푸틴의 군사침공과 중국의 경제침공뿐 아니라 저성장에 신기술이 낙후된 독·프·영에서 유럽판 ‘마가(MAGA)’인 반이민과 애국주의 강경우파가 1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푸틴을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세우고, 유럽에서 트럼프를 연민하는 강성우파가 득세하면서 중도좌우파 정당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없다.

2026년 6월 대한민국도 중간고사를 치른다. 거대 양당은 ‘태극기’ ‘개딸’ 등 강성팬덤에 의존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 민주당 대표는 “(김어준)딴지일보가 민심 바로미터”라고 말한다. 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그들 리그와 유튜브에 빠져있다. 글로벌 트렌드, 민심 경청, 새 리더 출현 및 청년에 관심이 없다. 국내외적 다극혼란기에 새 시대정신의 혁명적 해결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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