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유류세 인하와 폭염 사망자

2025-12-02 13:00:01 게재

2025년 10월 22일 정부는 2021년 11월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시작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18번째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2025년 10월 29일에 유명한 의학저널인 랜싯(Lancet)은 최근 폭염으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가 연간 약 55만명이라고 보고했다.

Lancet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국외에서는 저명언론 기관과 세계보건기구 같은 공공기관에서 심도있는 분석기사를 내보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연간 55만명이 사망자는 1분당 1명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단한 사건인데도 말이다. 이런 정도의 사망자는 이제 언론에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거나 다른 중요한 일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더더욱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유류세 인하다. 일견 서로 상관없어 보이지만 전례 없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는 화석연료 의존 구조와 직결되어 있고, 유류세 인하는 우리 경제가 여전히 값싼 화석연료에 기대어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유류세는 휘발유나 경유 같은 화석 연료 판매에 붙는 세금으로, 이를 인하하는 것은 한마디로 화석연료 가격을 낮추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화석연료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인 셈이다. 그렇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나고, 이는 기온상승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는 기후재난을 증가시켜 천문학적인 인명 및 재산 피해 복구를 위한 세금 지출은 다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Lancet 보고서가 과장이 아닌 이유

너무 과장된 이야기 같은가? 이번 Lancet 보고서는 그 외에도 암울한 숫자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1. 지난 5년간 겪은 폭염일수의 약 84%는 기후변화 없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

2. 야간 기온상승으로 인한 수면시간 손실은 1986~2005년 대비 6% 증가.

3. 2024년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15만명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

4. 최근 수십년 사이 비브리오균과 진드기 매개질환 위험은 최고 수준에 도달.

5.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공기 오염 증가로 인한 사망자는 약 250만명.

6. 기상이변으로 인한 경제 손실은 2024년 3040억달러.

7. 폭염으로 인한 잠재적 소득 손실은 약 1조 달러로 전 세계 GDP의 약 1%.

다만 다행인 것은 재생에너지 전환 등으로 석탄 사용량이 줄면서 연간 약 16만명의 사망자가 줄었다는 것이다.

결국 유류세 인하가 경제를 부양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사실은 그 국가의 경제 시스템이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나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인 RE100을 달성하기가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제도에 우리 기업과 국가가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인데, 재해복구 비용과 맞물린다면 우리 사회는 전례없는 상황에 맞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Lancet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응은 비용이 아니라 편익, 즉 이득이 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폭염쉼터를 만들 때 1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해도 이로 인해 폭염 피해를 600만원 줄였다면 이는 편익으로 실제로는 500%의 수익이 발생하는 주식 투자와 같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등을 위해 세금 투입과 같은 대응 비용이 들지만 궁극적으로는 폭염이나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 감소나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등의 이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후적응과 탄소중립의 경제적 혜택

우리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기온상승이 사회 전반에 큰 위협요소가 된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보고서는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정책이 서로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일견 쉬워 보이는 이런 대응은 사실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사회 전체의 빠른 전환 요구, 전기세 인상이나 세금 투입과 같은 비용 증가와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Lancet 보고서도 다른 보고서와 같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화석연료에 대한 세금 혜택과 보조금을 줄여 기후위험을 줄이는 데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유류세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과 탄소세를 포함한 탄소 가격 체계의 정밀한 조정은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편익을 누리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진규

연세대 교수

대기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