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재직자 AI·디지털 역량 강화, 독일의 직업훈련 4.0
독일은 인더스트리(산업) 4.0, 디지털화, 인공지능(AI)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직업능력향상훈련 4.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훈련의 목적은 재직자의 AI·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특히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데 있다. 기업들은 생산 자동화, 물류 최적화, 고객 서비스 개인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직업능력향상훈련은 독일의 전통적인 이원화 직업훈련(두알레 아우스빌둥)을 마치고 자격증을 취득한 노동자가 직장 안팎에서 직업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받는 교육을 의미한다. ‘직업능력향상훈련 4.0’ 은 2018년과 2020년 선언된 국가 AI 전략을 뒷받침한다. 국가 AI 전략은 독일을 AI 연구·개발·응용 분야의 세계적 중심지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했다. 그리고 AI 확산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직업능력향상훈련을 강화한다.
◆미래노동시장 대비 AI시대 자격·직업 발굴 = 전문인력의 확보를 위해 연방직업훈련협회(BIBB)는 AI가 노동시장과 직업훈련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연구하고 있다.
BIBB는 ‘AI 자격개발(QualiKi) 프로젝트’를 통해 AI 도입으로 직무와 자격 요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다. ‘미래의 자격과 직업(QuBe) 시나리오’는 노동시장의 미래를 예측한다. 또한 EU 차원의 ‘AI 혁신 선도자들(AI Pioneers) 프로젝트’는 유럽의 성인 교육과 기업 훈련을 지원해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BIBB의 기업 패널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대신 노동자들에게 데이터 분석능력, 디지털 협업능력, 문제 해결력과 같은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특히 데이터 문해력과 정보통신(IT) 기술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아 직업능력향상훈련의 핵심 과제가 됐다.
디지털 협업능력이란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사람·팀·조직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을 말한다. 데이터 문해력은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고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정부, 중소기업에 기업별 AI 전략 로드맵 제시 = 기업 차원에서 AI 확산을 위한 향상훈련 프로그램은 중소기업과 제조업 현장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AI 아카데미는 중소기업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자동화와 AI 기술을 통해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돕는다.
또한 AI 교육센터는 기업별 AI 전략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든 AI 훈련과정에는 △AI 및 데이터 분석 기본 지식 △생산 자동화 기술(유지보수 품질관리 로봇활용 등) △현장 프로젝트 기반 실습 △윤리와 규제 준수 교육 등이 포함된다.
향상훈련 기관들의 연합체인 부퍼탈 써클은 2024년 조사에서 훈련기관의 78%가 1년 내 AI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40%는 3~5년 안에 AI가 기업 내 훈련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직원들은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산업화 이후 전문인력 양성 방식은 꾸준히 변화해 왔다. 직업능력향상훈련 1.0 시대, 18세기 말 1차 산업혁명 초기에는 재직자가 현장에서 간단한 실무 교육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익혔다.
2.0 시대에는 대량생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이 표준화됐다. 3.0 시대인 1970년대 이후 컴퓨터화가 진행되면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혼합형 학습, 이러닝, 모듈형 과정, 평생교육이 강조됐다. 이어 4.0 시대인 2010년 이후에는 학습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학습과정을 지능화하고 개인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게 됐다. 학습관리 시스템, 모바일 학습 플랫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같은 기술은 실제 업무를 가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부 기업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재직자 직업훈련은 지금 어디에 와 있을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직업능력향상훈련 1.0부터 4.0까지가 혼합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반면 독일은 AI 시대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자의 역량을 재정비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