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치료 기회 빼앗는 관리급여, 건강권 침해

2025-12-09 13:00:01 게재

최근 정부가 근골격계 비급여 항목을 본인부담률 95%의 관리급여로 전환하려는 정책으로 과잉 진료 억제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료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먼저 무늬만 급여인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통상적인 급여화가 환자 부담을 20~30%로 낮추는 것과 달리 95%의 본인부담률은 국민에게 아무런 혜택을 주지 못한다. 이는 오로지 금액과 치료 횟수 제한 등을 강제하여 의료기관의 자체 질 관리를 박탈하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멈춰야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는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비수술적 비약물적 치료의 핵심 축이다. 현재 근골격계 치료 관련 물리치료 수가는 장비 유지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원가의 70%에도 못미치는 저수가 구조이다. 따라서 관리급여 지정은 1차 의료기관의 치료를 제한하게 만들 것이며 결국 근골격계 경증 환자들이 통증 치료를 위해 대형 병원으로 몰려 수술적 치료를 받게 되는 등 의료 전달 체계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다.

둘째,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비호하고 과학적 근거를 은폐하고 있다. 정부는 비급여 팽창의 주된 원인을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로 지목하지만, 현장은 초고령 사회 진입과 삶의 질 향상 욕구가 결합된 실질적 의료 수요의 반영이다. 척추관 협착증이나 퇴행성 관절염 등 노화성 질환의 증가는 역학적 필연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책이 거대 민간 보험사들의 재정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는 의혹이다. 보험업계는 손해율 상승을 호소하지만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2024년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 역시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한다. 민간 보험사의 재무적 수익을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하여 지원하고, 공공 의료 정책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또한 정부는 정책 추진의 과학적 핵심 근거가 되어야 할 2024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도수치료 평가 보고서를 현재까지 비공개한 채, 관리급여를 졸속 진행하는 것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셋째, 획일적 규제 대신 ‘예비 지정 관리비급여제’를 도입해야 한다. 도수치료는 환자의 개별 특성에 맞춰진 고도의 전문적 행위이다. 정부가 이를 획일적인 기준과 가격으로 통제할 경우 수익성 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치료 질 하락과 환자 안전 위협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예비 지정 관리 비급여제’를 도입하여 의료 전문가 주도의 자율 정화 기회를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관리급여 지정 이전에 2~3년의 기간을 전문성을 가진 학회 및 유관 협회가 주도하여 자정작용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율 정화 기회 부여 제안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첫째 처방 주체의 전문성 강화이다. 도수치료 및 체외충격파의 처방 권한을 관련 전문과 및 전문 교육을 받은 의사로 제한하여 무분별한 처방을 차단해야 한다. 둘째, 시행자 자격 요건 강화이다. 공인된 기관의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한 치료사에게만 청구 자격을 부여하여 질을 담보해야 한다. 셋째, 핀셋 규제 강화이다. 과학적 평가에 기반하여 적응증을 제한하고 평균 비용 이상을 청구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가 현장 실사를 통해 집중 관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근골격계 통증 치료를 위하여 수가 현실화와 자율 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 관리급여 계획은 저수가 구조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방치한 채 비약물적, 비수술적 치료 기반만 옥죄는 위험한 행정이다.

이민형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이사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