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전기차 보급…엇박자 보조금 정책 보완 필요

2025-12-15 13:00:02 게재

국가감축목표와 맞물리도록 온실가스·연비 기준 설계 … 수요자 중심 공급 관리와 가격경쟁력 확보 위한 부품·공정 혁신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은 가능할 것인가. 정부는 2018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인 7억4230만톤CO₂eq(이산화탄소 상당량톤) 대비 2035년 53~61%를 감축하기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송 부문의 경우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60.2~62.8%로 정했다. 또한 2030년까지 신차의 40%, 2035년까지 신차 70%를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 플러그 꽂는 로봇팔 11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전시인 ‘2025 AIoT 국제전시회’의 한 부스에서 전기차 충전과 결제가 한번에 가능한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문제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전기차 보급 사업은 2011년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5년 11월 13일 기준으로 올해 신규 전기차 보급대수는 20만650대다. 누적 기준으로는 2025년 10월말 현재 86만9739대로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기반(LCA)으로 보조금 체계 개편 등 감축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 보급 확대가 아닌 내연차 폐차와 전환을 유도하는 구조적 지원체계로 재설계하고 제작사 가격 인하 유도 등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부품·공정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일 이규진 아주대학교 지속가능교통연구센터 교수는 “동일한 연료를 사용해도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의 경우 5년 단위로 약 30%씩 줄어들고 있지만 온실가스는 큰 변화가 없다”며 “이 차이는 대기의 경우 제작차 배출허용 기준이 엄격하게 이행이 되지만 온실가스의 경우 자동차 온실가스·연비 기준 제도가 사실상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달성이 되는 수준”이라며 “NDC에 부합하도록 자동차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설계해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유가보조금 유예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을 펼치면서 화물차와 경유차를 함께 지원하면 친환경차로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물가 안정을 이유로 휘발유·경유 등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해 왔다.

임기상 미래차타기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역시 12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적지 않게 써왔다”며 “과연 투입한 예산 대비 효율적으로 보급이 되었는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보고서 ‘전기차 전환, 역행하는 정부 정책’에서도 △유류세 한시적 인하 △유가보조금 △하이브리드차 세제 감면 등 내연기관차 지원 정책이 전기차의 경제적 매력을 떨어뜨려 무공해차 전환을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지원을 전면 폐지하고 유류세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확보된 재정을 전기차 보급에 재투자하는 ‘포괄적 정책 지원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035년 신규 승용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 대비 27.9% 감축하고 전기차 신규 판매 비중을 54.8%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30년 NDC 수송 부문 감축량의 약 25%를 달성할 수 있는 규모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과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자동차 보급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전기차 보조금은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할 정책”이라며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보조금제도를 적용한다 해도 주행거리가 많은 차량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시장경쟁 체제를 기반으로 제도가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또 “최근 전기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이 매년 3~4회 정도 변경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잦은 제도 변경은 사업자나 실구매자에게 혼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기준을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세미나에서 김영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환경수석전문위원은 “화물차의 전기차 전환이 쉽지 않은 지부터 △급속충전기 보급 및 관리 문제 △신차 인증에 소요되는 기간 단축 필요성 등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관련해 ‘운행 단계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 혹은 ‘구매 단계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 등 여러 의견이 제기되어 온 건 알고 있다”면서도 “투입되는 재정 대비 효율성과 국내 산업 영향 등 여러 가지를 함께 고려해 판단해 관련 정책을 집행 중이고 지침 역시 미세하게 변경하는 정도로 시장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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