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유희철 건국대 KU자유전공학부

2025-12-17 09:09:40 게재

확률과 통계에 빠진 바둑 소년 부동산 데이터 전문가 꿈꿔요

희철씨는 어릴 적 다소 ‘산만한’ 아이였다고 회상한다. 차분해지고자 시작한 방과 후 바둑 수업은 관심 분야를 찾아가는 출발점이 됐다. 바둑판 앞에 앉아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수를 그려보는 재미에 흠뻑 빠질수록 바둑이 확률과 가능성을 읽어내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2의 이세돌을 꿈꾸던 초등학교 4학년 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인간을 이겼을까?’ 생각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와 통계, 산업공학으로 관심이 확장됐다. 대학 입학 후 1년간 진로 탐구 활동을 이어간 끝에 ‘부동산 데이터 전문가’라는 진짜 꿈을 찾았다.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해본 고교 3년을 인생에서 가장 재밌었던 시기라고 말하는 희철씨의 흥미진진한 고등학교 얘기를 들어봤다.

유희철

유희철

건국대 KU자유전공학부(서울 대신고)

통계가 오히려 오류를 야기한다고?

희철씨는 통계와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관심을 단편적으로 각 과목에 끼워 맞추기보다, 자연스럽게 생겨난 호기심을 바탕으로 과목을 넘나들며 하나의 주제를 정해 탐구했다. 1학년의 핵심 주제는 ‘데이터의 객관화와 비판적 시각’이었다.

1학년 때는 동아리 ‘교내저널’에서 물가 상승, 고용 변화, 최저임금의 사회적 역할 등 다양한 쟁점의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통계 자료라도 어떤 변수를 선택하고 어떤 시각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회 문제를 다룰 때는 신뢰도 높은 자료 확보와 객관적 해석이 왜 필수인지 깨달았다. 이에 관한 관심을 <통합사회> 시간에 성 격차 지수(GGI·GII) 탐구로 확장했다.

“성 격차 지수는 ‘높다’ ‘낮다’라는 단편적 주장에 자주 쓰이지만, 각 지수가 반영하는 지표의 특수성이나 국가마다 다른 문화·제도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고들었어요. 실제로 계산 방식의 오류나 국가별 특수성 누락만으로도 지표의 신뢰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고, 통계가 오히려 오해를 낳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죠. 관련 기사와 논문을 찾아보며 일부 언론이 이 같은 한계를 무시한 채 지수를 단편적으로 인용해 성 갈등 프레임을 강화하는 사례를 하나하나 검토했어요. 사회 현상을 데이터로 읽어낼 때 무엇을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비판적 시각을 기르는 계기가 되었어요.”

3학년 핵심 주제는 ‘패턴 구조의 수학적 분석’이었다. 희철씨는 사소한 일상도 탐구 주제로 확장시켰다. 3학년 <인공지능수학> 시간에 ‘복잡한 행렬을 더 단순한 형태로 변환해 본질적인 성질을 이해하는 과정’인 행렬의 대각화를 개인 블로그 분석에 적용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취미 생활·공부 습관·기분 변화를 기록해보자는 생각으로 일상 블로그를 시작한 희철씨는 글이 쌓일수록 조회 수나 반응이 들쭉날쭉한 이유가 궁금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보는 탐구로 이어졌다.

“블로그 조회 수가 왜 어떤 날은 급증하고 어떤 날은 줄어드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글 개수·업로드 시점·조회 패턴을 직접 정리해 그래프를 만들었어요. 추세선을 만들 땐 변화량을 통해 전체 흐름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함수의 기울기를 찾는 편미분과 최소제곱법 같은 고등학교 범위를 넘어서는 이론까지 파고들었죠. 글이 일정 주기로 누적될수록 노출량이 꾸준히 상승하는 구조임을 통계적으로 확인했어요. ‘세상 모든 현상 뒤에는 구조와 패턴이 있다’라는 통계학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됐죠. 이때 만든 알고리즘을 ‘피보나치 수열의 시간 복잡도에 대한 탐구’라는 동아리 활동에 활용했어요. 구체적인 관심 주제를 <인공지능수학> <미적분>, 동아리 활동을 통해 탐구했고, 건국대 국민대 숭실대 2차 면접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는데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한 달간의 질문과 논쟁으로 탐구력 UP

2학년 <문학> 시간에 읽은 <전략의 탄생>은 탐구 방법을 크게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익이지만, 개인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다 보면 결국 모두 손해를 보게 되는 ‘죄수의 딜레마’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의견이 갈렸다. 자신의 해석에 대한 근거를 찾아 설명해보고 싶었다. 찾을 수 있는 모든 관련 논문과 자료를 찾아 읽으며 논리를 보완했다. 한 달 가까이 매일 교무실을 드나들며 선생님께 질문하며 반박하고, 재해석하는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다. 단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진지하게 논쟁 파트너가 되어준 선생님이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다고.

“그 경험을 통해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상황에 맞춰 억지로 ‘Yes’라고 하지 않고, 끝까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어요. 어떤 정보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 그런가’를 끝까지 묻는 태도도 배웠고요. 주장에 대한 자기 검증 능력, 자료를 찾아 논리를 세우는 끈기,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주체적 탐구 역량이 크게 성장했죠. 대학에 와서 그 진가를 실감하고 있어요.”

면접에선 단점과 장점을 하나로 연결

희철씨는 내신과 학교생활에 집중하면서도 정시도 놓지 않았다. 다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능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내신은 꾸준히 상승세였기에 3학년 때부터 수능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을 목표로 정했다. 수시 지원을 앞뒀을 땐 고민에 빠졌다.

“3년 동안 인공지능 기반의 통계학, 산업공학, 데이터사이언스에 관심을 키워왔지만, 과연 ‘평생 수학을 깊게 파고들 준비가 되어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빅데이터와 통계는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도 핵심이 될 것이기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다른 진로도 탐색해보고 싶었죠. 대학 2학년 때 계열 제한 없이 전공 선택이 가능한 건국대 KU자유전공학부를 목표로 삼은 이유예요. 1학년을 보낸 지금은 데이터 기반 부동산 전문가를 꿈꾸게 됐어요. 데이터를 통해 복잡한 현상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싶고, 잘 해석한 정보가 사람들의 삶과 도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결심했어요.”

종합전형은 면접에서의 한마디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면접 준비에 힘을 쏟았다. 3년간의 학생회장, 학급회장, 밴드부 활동은 리더십을 보여주는 장점이었지만 ‘시간 관리에 문제가 없었나’라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 1학년 때는 시간 관리를 잘 못해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활동을 포기하기보다는 스스로 방법을 찾으며 균형을 잡았고, 결국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해 답했다. 질병 조퇴·지각 기록에 관한 질문도 피할 수 없었다. ‘체력이 약해 보이는데 대학 생활을 잘 해낼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이 나온 것. 2학년 때 몸이 자주 아팠던 것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학교는 반드시 가자’는 스스로 세운 원칙을 3년 내내 지켰고, 지금은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후배들이 면접형 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불안한 마음으로 ‘예상 질문과 모범 답안’을 만들어주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해요. 나를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거든요. 면접에서 모범 답안이란 없어요. 3년 동안의 학교생활에서 드러난 나의 장점과 약점을 연결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이 정답인 거죠.”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이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