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금 경찰수사가 보여줘야 하는 것들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경찰 손에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측근들에 대한 조사를 거쳐 수사는 정치인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국민의 시선은 온전히 경찰 수사에 쏠려 있다.
관건은 수사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느냐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치인 10명의 이름이 적힌 통일교 후원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포함된 명단이라는 점에서 경찰은 다시 정치적 중립성의 시험대에 올랐다. 통일교 의혹에 연루된 인사는 비단 이들만이 아닐 것이다.
경찰은 그동안 ‘살아 있는 권력’ 앞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수사는 경찰에게도 위기다. 수사 역량과 독립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인력과 권한을 잃을 수 있어서다. 경찰이 더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경찰 내부에선 김건희 특검의 사건 이첩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통일교 의혹 관련 자료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특검이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한 수사를 경찰이 해낼 경우, 수사기관 개편 국면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공존한다.
국민이 정치화된 검찰에 대한 반감으로 수사권 조정에 힘을 실어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찰에 대한 신뢰가 자동으로 따라온 것은 아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란때마다 검찰 등에서는 경찰의 수사력을 문제 삼았다.
이번 사건은 새로운 수사 체계 도입을 앞둔 지금, 경찰이 수사 능력과 정치적 중립성을 동시에 검증받는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의 정치화 못지않게 경찰의 ‘눈치 보기 수사’ 역시 국민의 불신을 받아왔다. 권력의 의중에 관심을 갖는 순간 수사기관은 법적 기준과 국민의 신뢰를 동시에 잃는다. 경찰이 진정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권한이 아니라 현재권력과 거리를 두는 태도다.
지난 1일 경찰 최고책임자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한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약속했다. 계엄 사태 1주기를 앞두고 나온 경찰청 차원의 첫 공식 사과이자 정치적 중립 선언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중립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다. 권력과 거리를 지킨 수사만이 경찰을 다시 중립과 신뢰의 영역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