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가담’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

2025-12-19 13:00:02 게재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소추 1년 만

“헌법수호 책무 포기·엄정책임 물을 필요”

조 “헌재 결정 존중…반복되지 않길 바랄뿐”

조지호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18일 오후 조 청장의 탄핵심판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했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371일만의 일이다. 아울러 윤석열 전 대통령 이후 비상계엄 사태로 파면된 첫 고위공직자이자, 경찰청장으로서 헌재 탄핵심판에 의해 파면된 헌정사상 첫 사례로 기록됐다.

김상환 헌재소장은 “(조 청장은) 위헌 위법한 지시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해치는 방법으로 계엄 실행 행위에 가담했다”며 탄핵 인용 사유를 밝혔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12일 경찰청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던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헌재는 비상계엄 당시 조 청장이 국회 봉쇄 및 출입 통제를 지시해 국회의원들이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했고, 본회의도 지연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조 청장 측은 우발상황 대비를 위해 국회에 경찰력을 배치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안전가옥 회동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병력을 동원해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계엄을 선포한다는 것과 국회 등에 군이 투입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윤석열이 경력 배치를 지시한 목적 역시 군의 국회 진입을 쉽게 하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었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및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한 것에 대해서도 “위헌·위법한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해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해 선관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계엄에 따라 군이 수사를 위해 선관위에 투입되는 경위의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경력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하도록 했다”며 우발 대비 목적으로 경력을 배치했다는 조 청장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어 헌재는 조 청장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파면으로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행위는 그 자체로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엄중하다”며 “국회가 제 기능을 충실히 실현할 수 없도록 해 권력분립원칙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대통령 윤석열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실행한 계엄과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오히려 경찰을 동원해 시민과 대치하도록 하고, 조직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상황을 초리했다”며 “경찰 직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행될 것이라고 믿어온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생과 봉사에 전념해온 경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작년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 폭동 유도 여부 및 집회 제한 여부에 대해서는 조 청장이 해산명령을 내렸거나 체포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소추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청장은 파면 결정 뒤 입장문을 내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경찰과 공직사회 모두 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조 청장을 끝으로 12.3 비상계엄 가담 의혹으로 탄핵이 소추된 윤석열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모두 매듭지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3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4월에 각각 탄핵 소추가 기각됐다.

한편 조 청장이 파면되면서 후임 경찰청장 인선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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