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변준호 교수팀, 차세대 비만 치료 나노기술 개발

2025-12-21 11:29:32 게재

대사·노화 관련 질환으로 확장 가능성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부 변준호 교수 연구팀이 빛 자극을 이용해 지방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지방 분해를 유도하는 나노기반 비만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비만을 넘어 다양한 대사 질환과 노화 관련 질환 치료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

20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 질환, 지방간 등 대사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지만, 기존 치료법은 약물 부작용이나 수술의 침습성 등 한계를 안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세포 내부의 자연적 분해 경로인 ‘샤페론 매개 자가포식(CMA)’을 표적으로 삼았다.

CMA는 특정 단백질을 리소좀으로 전달해 분해하는 세포 내 기전으로, 최근 지방 대사 조절과의 연관성이 보고되며 치료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 경로를 빛으로 국소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나노플랫폼을 설계했다.

개발된 시스템은 지방세포 막으로 코팅한 폴리도파민 기반 나노입자에 지방 분해 촉진 약물을 탑재하고, 이를 하이드로겔에 삽입한 형태다. 지방세포 고유의 막 성분을 활용해 다른 세포보다 지방세포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도록 설계됐다.

근적외선 빛을 조사하면 나노입자가 약한 열 자극을 발생시키고, 이 과정에서 CMA의 핵심 단백질인 HSC70이 활성화된다. 그 결과 지방 방울을 보호하던 단백질(PLIN2)이 분해돼 지방 분해 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며, 지방세포에서 선택적인 지방 분해가 유도된다.

고지방 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마우스 실험에서는 해당 제형에 빛 자극을 가했을 때 체중 감소와 함께 지방 조직 크기 및 중성지방 축적이 줄어드는 결과가 관찰됐다. 간과 신장 기능 등 주요 독성 지표에서는 뚜렷한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전략이 지방세포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포의 분해 기전을 조절해 지방만을 표적으로 삼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기존 광열 치료와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방세포를 직접 제거하거나 손상시키는 기존 광열 치료와 달리, 세포의 자연적 분해 시스템을 정밀하게 조절해 지방만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새로운 개념의 비만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비만뿐 아니라 자가포식 기능 이상과 관련된 다양한 대사질환과 노화 관련 질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으며, 서울대·고려대·한국재료연구원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로 수행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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