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에너지정책 불확실성은 스타트업 생존과 직결”
민간도 공정한 경쟁할 수 있는 시장
소프트웨어 주권 확보도 신경써야
“2026년부터 미국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도 사업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미국 일본에서는 현지 법인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베트남에서는 IT 솔루션 관련 비즈니스를 하게 돼 기대가 큽니다.”
1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2021년 문을 연 식스티헤르츠는 에너지 인공지능 빅데이터 전문 기업이다. 인공지능 기반 발전량 예측 시스템과 가상발전소(VPP) 기술을 활용해 소규모 분산 에너지 자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제어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객사인 카카오 특성에 맞춰 시민발전협동조합이 생산한 전기를 모아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계약 이후 전력 수급 관리까지 해준다. 기업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자동화된 재생에너지 분산 자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역설적이게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국내 시장 불안정성 때문이에요. 다른 영역도 비슷하겠지만 에너지 업계는 특히 정책 방향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좀 심하게 얘기하면 약간 변화하는 정도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정부 정책에 따라 기후테크 유망 기업 프로필이 달라져요.”
삼성전자를 다니던 김 대표가 에너지 스타트업 세계에 뛰어든 지 10여년이 지났다. 태양광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기술이사로 첫 발을 내디뎠고 이제는 직원 60여명에 매출 약 8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 △소풍벤처스 △엠와이소셜컴퍼니 △신성이엔지 △유한킴벌리 등에서 투자를 받았다. 매년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지만 김 대표는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개인도 RE100 등 다양하게 에너지 관련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개인에게 의지가 있어도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길들이 막혀 있다는 점이죠. 표면적으로는 참여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개인도 RE100을 할 수 있도록 기존 제도를 다듬어야 하는데, 자꾸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보이지 않는 벽을 높이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최근 ‘유틸리티 녹색 계약형 요금제(가칭)’ 도입 소식이 잘못 알려지면서 관련 에너지 기업들은 한때 초긴장 상태가 됐다. 기존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재생에너지인증서(REC) 거래의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한국전력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조달해 기업에게 공급하는 단일 창구 형태로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망 운영자인 한전이 판매 시장에까지 진출하면 데이터·자원·가격 측면에서 구조적 우위를 점하게 돼 공정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하지만 한전은 19일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며 “잘못된 정보로 이미 관련 정정 자료도 냈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공급자와 수요자 측면에서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여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기존 제도를 모든 사업자가 활용하고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와 다른 신호가 시장에 전해지면 파장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데이터 안보와 소프트웨어 주권 문제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에너지 사용량 등 관련 정보는 기업 생산량이나 운영 체제 등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기 때문에 보안 유지는 필수다. 또한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운용을 위해서라도 축적된 자료와 관련 노하우가 중요하다.
“발전소 관리 회사에 재생에너지 분산 자원 관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합니다. 최근 태양광 풍력 등 발전을 관리하는 고객사들이 운영하는 실적이 18만개소 20GW(누적 수치)를 돌파했어요. 이 정도 데이터가 축적된 기업은 많지 않죠. 의미 있는 규모의 비즈니스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가 많을수록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죠.”
식스티헤르츠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소 약 8만개의 위치와 발전량을 확인할 수 있는 ‘햇빛바람지도’를 시민들에게 무료 공개하기도 했다. 2021년 햇빛바람지도는 공공데이터 활용 우수 사례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또한 △태양광 △전기차 충전기 △에너지저장장치 등 분산전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에너지관리시스템 ‘에너지스크럼(EnergyScrum)’으로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23’에서 지속 가능성, 에코 디자인 및 스마트 에너지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태양광 풍력 등 기자재 국산화에 정부가 신경을 쓰지만 관련 소프트웨어에는 덜 관심을 기울인다”며 “해외 업체에 종속되면 국민이 억울한 상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분야 소프트웨어 주권 확보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