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대비하는 투자자들의 선택
지금도 주식을 사야할까…'과열’ 시장에서 IB들이 꼽은 글로벌 대표 6개 종목
2025년 금융시장은 많은 이들의 비관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관세인상과 지정학적 갈등,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빠르게 회복했고 주요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 부근으로 올라섰다. 겉으로 보면 시장은 모든 위험을 흡수하며 한단계 더 위로 올라선 듯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을 단순히 ‘위험이 사라진 결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감수하더라도 성장을 택하는 환경에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와 지정학 재정적자 정치변수 등 위험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자산가격은 이를 당장의 하락요인으로 반영하지 않는다. 이는 강세장 자체보다 강세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함을 시사한다.
정책이 허용한 과열, 강세장의 조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최근 시장을 두고 “정책당국이 일정 수준의 과열을 의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지금 시장은 경제를 다소 ‘뜨겁게’ 운용해도 괜찮다고 판단하는 국면, 즉 ‘정책적 과열(run-it-hot)’ 환경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금리인하 기대, 관세완화 가능성, 감세정책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며 경기 선행지표인 제조업지수(PMI)와 주당순이익(EPS) 상승이 다시 가속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가 목표치를 다소 웃돌더라도 성장 모멘텀이 유지된다면 정책 당국이 급제동을 걸기보다는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정책 환경은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다. 과거처럼 물가지표 하나에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기보다는 성장과 고용, 기업실적이 동반되는 한 변동성은 관리가능한 범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 역시 비슷한 그림을 제시한다. 골드만은 2026년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이번 경기·주가사이클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인하가 경기침체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 투자와 소비를 다시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골드만은 이를 “뜨거운 시장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투자환경(Some Like It Hot)”으로 요약한다. 현재의 과열은 통제불능 상태가 아니라 정책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관리된 과열’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는 수익 없는 기대만으로 주가가 치솟던 과거의 거품국면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목받는 글로벌 대표 기업들
주요 투자은행들은 개별 종목을 직접 추천하기보다는 과열국면에서도 실적과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견조할 가능성이 높은 대표기업들을 통해 분산의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과열국면에서는 금리수준보다 금리의 방향성과 변동성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JP모건체이스(JPM)는 트레이딩·투자은행(IB)·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원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본비율이 높고 유동성이 충분해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상대적인 안정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금융 시스템 전반의 긴장도가 높아질수록 대형 은행의 신뢰도가 다시 부각되는 경향도 감안할 만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라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골드만삭스는 MS를 “AI 열기가 식은 이후에도 남는 기업”의 전형으로 분류한다. 이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기업 운영 전반에 AI가 스며드는 과정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캐터필러(CAT)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반등과 정책적 투자 확대가 실적에 직접 반영되는 산업·자본재 대표 종목이다. 인프라 투자와 제조업 회복이 동반될 경우 주문 증가가 매출과 이익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기술주 중심의 과열 흐름과 달리, 실물경기 회복을 직접 반영한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내 성격이 뚜렷하다.
일본: 도요타(7203.T/TM)는 엔화 약세의 수혜와 함께 자본 효율성 개선, 주주환원 강화라는 일본 증시 구조 변화의 흐름을 동시에 반영한다. 일본 기업 전반의 체질 개선 흐름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미국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커진 투자자들에게 분산 대안으로 거론된다.
유럽: ASML은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대체불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미국 빅테크와는 다른 지역·통화 노출을 제공해 분산효과가 크다는 점이 장점이다.
신흥국:TSMC(2330.TW/TSM)는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다. AI 투자 사이클의 직접 수혜를 받으면서도 미국 메가캡과는 다른 밸류에이션과 통화 구성을 제공한다. 이들 종목은 개별 투자 권유라기보다, 주요 투자은행들이 과열국면에서 제시하는 지역·섹터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대표 사례다.
남아 있는 25%의 경기침체 위험
강세 전망이 우세하다고 해서 하방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 스티펠(Stifel)은 2026년 경기침체 발생 확률을 25%로 제시했다. 침체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시장이 이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수치는 ‘침체가 온다’는 예언이라기보다 과열국면에서 투자자가 반드시 가격에 넣어야 할 보험료에 가깝다. 침체가 25%라면 나머지 75%는 연착륙·재가속·완만한 둔화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가 섞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집중의 한계, 분산이 필요하다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국, 그중에서도 대형 기술주가 이끌어왔다. 그 결과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과 시가총액 비중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미국 주식이 곧바로 하락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과거와 같은 초과 성과를 반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 때문에 주요 투자은행들은 일본·유럽·신흥국 등 미국 외 지역으로의 분산투자를 동시에 강조한다. 특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미국은 ‘좋은 뉴스’를 많이 반영한 상태인 반면 일부 일본·유럽 시장은 같은 이익 성장률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구간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분산은 단순히 국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통화와 정책, 산업구조가 다른 수익원을 섞어 변동성을 낮추는 작업이다. 달러 비중이 큰 투자자라면 환 노출을 의식한 분산도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어느 나라가 더 오른다’가 아니라 과열이 꺼질 때도 버틸 수 있는 조합을 만드는 데 있다. 이 관점에서 분산은 수익률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전제다.
다시 떠오른 60/20/20 포트폴리오
이 같은 논의의 종착점이 바로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주식 60%, 채권 20%, 대체자산 20%의 60/20/20 포트폴리오다. 주식 60%는 상승국면에 참여하되 지역과 섹터를 분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채권 20%는 수익보다 변동성 완충에 초점을 맞춘다.
대체자산 20%는 금을 중심으로 은이나 사모펀드 등으로 내부 분산을 거쳐 통화·정책 리스크에 대비하는 축으로 기능한다. 채권 20%는 ‘장기채 베팅’이 아니라 만기 구성을 나눠 금리변동에 대한 충격을 줄이는 방식이 유효하다. 경기둔화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국채가 방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면 장기채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자산 20%에서 금 비중을 높이는 이유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가 아니다. 금은 통화 신뢰와 실질금리, 지정학 위험이 동시에 흔들릴 때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완충재’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은은 변동성이 더 크지만 산업수요와 경기 기대에 더 민감해 금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소량 편입이 분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유동성이 낮고 정보 비대칭이 크다는 제약이 있으므로 공모 대체자산이나 상장 인프라 기업 또는 사모펀드 등 접근 가능한 형태로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과열 속 강세에는 분산해야 한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을 전반적으로 강세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과열국면에서는 상승도 빠르지만 균열이 나타날 경우 조정 역시 급격할 수 있다. 이 환경에서 투자자의 해답은 명확하다. 강세를 인정하되 올인하지 않는 것이다. 방향이 틀렸을 때도 흔들리지 않을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