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언제까지 안전불감증 타령만 할 건가
“사고를 우려해 산업안전보건법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었지만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이기심과 안전 불감증으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가 반면교사가 되길 원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거듭된 사고로 그런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2021년 시내버스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건’ 재판장이 우리 사회에 던졌던 질책이다. 엄중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공사 중인 아파트 38층부터 23층이 한꺼번에 무너진 중대사고로 6명의 소중한 생명을 또다시 잃었다. 이 사고 역시 앞선 사고처럼 기본을 지키지 않은 안전 불감증이 문제였다.
사고 이후 광주시는 건축물 안전관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건축안전자문단’을 운영하고 ‘안심도시’를 만들겠다고 요란을 떨었다. 올해만 대형 공사장에 대해 15차례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안전 도시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광주시가 발주한 공공 도서관 신축공사장에서 철골이 무너지면서 현장 노동자 4명이 사망하는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광주시는 이 현장에 대해 13차례나 안전점검을 했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고 원인으로는 설계 및 구조 결함, 용접 불량 등 다양한 지적이 나온다. 이를 종합하면 앞선 대형 참사처럼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2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광주 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 원인 및 대책 진단 긴급 토론회’에서도 똑같은 진단이 나왔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없는 현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후진적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요란한 대책 역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앉아 한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사 현장 곳곳에 너무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22일 토론회에 참석한 건축·구조계산 전문가들은 우선 공사비와 공사기간 문제를 지적했다.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낸 것 같은 빠뜻한 하도급 공사비에서 한푼이라도 남기려면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로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끊어 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또 건축법 등 여기저기에 흩어진 법을 한데 모아 ‘건축구조안전 특별법’을 만들어야 종합적인 대책과 올곧은 안전 점검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법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지만 법에 의지해서라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 하루빨리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숨진 노동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여전히 먹먹한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