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경태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장
“수산업 위기는 국가식량 안보·해양주권 문제다”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법 공청회서 보완 … 부산을 해양정책·산업 컨트롤타워로 키워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건설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 조경태(국민의힘·부산 사하구을) 의원의 활동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04년 17대 국회를 시작으로 22대 국회까지 내리 6선을 한 중진 의원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 북극항로·해양수도권건설 관련 법안의 1차 심의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열린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발전법’에 대한 국회 공청회에서 쟁점은 무엇이었나.
이번 공청회에서는 특정 사안을 둘러싼 큰 쟁점이나 대립보다는 연근해어업의 지속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수산자원 감소와 기후변화, 어업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관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정부, 전문가, 현장 관계자들이 전반적으로 공감했다. 이에 따라 과학적 자원관리 강화, 중장기적 어업 구조 개선, 정책의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이 주요 논의 사항으로 다뤄졌다. 법 시행과정에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어업인들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반적으로 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세부 보완사항을 점검하는 건설적인 논의의 자리였다.
●연근해어업발전법은 지난해 정부에서 발의했는데, 심의과정에서 중점을 둔 것은
‘규제 법안’이 아니라 ‘전환을 지원하는 법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어획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업인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과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과학적 자원조사와 관리체계의 법적 근거 △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소득·전업 지원 △청년·후계 어업인 유입을 위한 제도적 장치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정부안이 현장의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여러 차례 현장 의견과 전문가 자문을 반영해 조문을 다듬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수산업은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정체되고 낙후한 산업으로 거론된다. 기후변화, 지역소멸, 어업인고령화와 신규어업인 단절 등으로 수산업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인데, 수산업 변화를 뒷받침하고 선도할 입법활동에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수산업의 위기는 단순한 산업 부진이 아니라 국가 식량안보와 해양주권의 문제다. 개별 법안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어종 변화·어장 이동을 반영한 법·제도 개편 △고령화된 어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청년어업인 진입장벽을 낮추는 입법과 안정적 소득기반마련 △연근해어업을 1차 산업에 머무르게 할 것이 아니라 가공·유통·관광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 마련 등 중장기적 관점의 입법 패키지와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
국회는 10년·20년 뒤에도 지속 가능한 수산업 구조를 만드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 농해수위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서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실효성 있는 입법으로 책임을 다하겠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 상임위에서 신속히 처리해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 건설을 뒷받침했다. 북극항로준비와 해양수도권건설을 ‘제대로’ 하자고 주장하는데, 정부 정책에서 보완할 것은 무엇인가.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실행 전략을 갖춘 단계적 접근이다. 북극항로는 단순히 항로 하나를 여는 문제가 아니라 기후·환경·안전·국제 규범이 복합적으로 얽힌 고위험·고난도 영역이지만 정부 정책은 다소 성과 중심, 속도 중심으로 접근해온 측면이 있다.
우선 북극항로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와 국제 협력에 기반한 준비 체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러시아와 관계가 중요하다. 해양수도권 건설 역시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니라, 이전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능 중심의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이번 특별법은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부산을 단순한 ‘이전지’가 아니라 해양정책과 해운·수산·해양과학·조선이 집적되는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키우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부산 다대포항은 산업과 주거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인데, 산업과 주거가 조화롭게 발전할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방안을 고민하고 있나.
다대포항의 문제는 ‘산업이냐 주거냐’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공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은 수산업과 해운 조선 등이 아름다운 자연 및 도시풍경과 어우러지며 도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거론된다. 베르겐 사례에서 배울 점은 산업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환경 기준을 높이고 기능을 재편해 도시의 일부로 녹여냈다는 것이다.
다대포항도 항만 기능을 전면 배제하기보다 저소음·저공해 중심의 항만 기능 재편, 친환경 선박·수산 관련 연구·가공 기능 유치, 해양관광·친수공간과 연계한 복합 항만 모델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항만 주변을 단순한 배후 공간이 아니라 주거·일자리·해양문화가 결합된 생활권으로 재구성하는 도시계획적 접근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부산시 지역주민, 항만운영주체 간의 협의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대포항은 갈등의 공간이 아니라 부산이 해양수도답게 산업과 삶의 균형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모델이 될 수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