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경주, 회계감사 조례 개정

2025-12-23 13:00:29 게재

간이 결산검사로 변경

회계투명성 약화 우려

구미시의회와 경주시의회가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감사를 ‘간이한 결산 검사’로 변경하는 조례를 개정하면서 회계투명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민간위탁사업은 쓰레기 소각장, 체육시설, 물재생시설, 사회복지시설, 청소년 수련시설 등이다. 지자체 업무를 민간이 대신하는 것이지만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회계감사를 통한 실질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전국 지자체의 민간위탁사업 예산 규모는 13조8800억원 가량된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구미시의회와 경주시의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고 민간위탁사무에 대한 감사를 ‘세무법인(세무사)의 결산 검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전국적으로 지자체 민간위탁 사업과 관련된 공금횡령, 인건비와 관리비 과다 산정 등 부정 집행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를 ‘간이한 결산 검사’로 대신하게 했다.

결산서 검사는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민간위탁사업 비용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 비용에 대한 증빙 확인은 증빙의 진위여부를 비롯해 거래의 실재성, 원가의 적정성, 비용 집행의 적절성 등의 검증을 필요로 한다.

국회에는 세무사에게 회계검증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재부는 “세무사는 검증 등 회계직무의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행안부는 “세무사의 직무는 조세 신고 등 대리업무 수행으로 제한돼 있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례 개정은 상위 조례 위반 가능성이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경상북도 조례는 민간위탁사무에 대한 회계감사를 규정하고 있다. 구미시와 경주시의 개정 조례는 경상북도의 감독체계와 명백하게 충돌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은 ‘시·군 및 자치구의 조례나 규칙은 시·도의 조례나 규칙을 위반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구미시와 경주시 민간위탁사업에는 경상북도의 예산이 포함돼 있어서 관리 부실이 발생할 경우 ‘도 재정’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의 회계정보 작성은 기업 보다 이해관계 구조가 복잡하고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더 엄격하고 강화된 회계감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경기·최세호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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