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일본서 엔비디아 최첨단 AI칩 사용

2025-12-22 13:00:03 게재

미 수출규제가 키운 허점

일본기업 데이터센터가

중국 AI의 우회로 역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빅테크들이 첨단 인공지능(AI) 연산 능력(computing power)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신생 데이터센터 기업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며 아시아 AI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FT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 인근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가 사실상 중국 텐센트 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칩은 텐센트가 직접 소유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마케팅 솔루션 업체 데이터섹션이 보유하고 있으며, 텐센트는 제3자를 통해 이 회사의 연산 자원을 장기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데이터섹션은 지난해부터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현재 약 15000개의 엔비디아 블랙웰 계열 프로세서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이 단일 대형 고객과 3년 계약으로 묶여 있는데, FT는 이 고객이 텐센트라고 전했다. 계약 규모는 12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구조는 엔비디아 칩을 중국으로 직접 들여오지 않고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클라우드 형태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 허점을 막는 규제가 추진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5월 이를 폐기하면서 관련 거래가 빠르게 늘었다고 FT는 전했다.

데이터섹션 최고경영자 니리히코 이시하라는 FT에 “불과 반년 전만 해도 5000개의 B200 칩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10000개가 최소 기준”이라며 “AI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일본에 이어 호주 시드니에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이 시설에는 중국에 판매가 허용되지 않은 엔비디아 B300 칩 수만 개가 투입될 예정이며, 초기 10000개 도입 비용만 5억2100만달러에 달한다. FT는 이 호주 시설 역시 향후 수년간 텐센트가 주로 사용할 것으로 전했다.

급성장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데이터섹션은 과도한 투자와 규제 리스크를 문제 삼은 공매도 보고서의 공격을 받았고, 주가는 한때 고점 대비 크게 조정됐다. 회사 측은 미국 상무부와 엔비디아의 승인 아래 모든 프로젝트가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텐센트는 이에 대해 “모든 관련 법과 규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이용은 투명하고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