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저유가·금리인하·감세로 경기 부양
경제 떠받치는 정책환경 완화국면으로
2026년에도 견조한 성장 흐름 가능성
국제유가 하락,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 그리고 2026년부터 시행되는 대규모 감세가 동시에 맞물리며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정책 환경이 빠르게 완화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원유 공급 과잉으로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통화·재정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생활비 부담 완화’와 경기부양 전략이 내년을 향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19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전세계 원유시장이 2026년까지 뚜렷한 공급과잉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며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원유 생산이 소비를 하루에 약 380만배럴 웃돌 수 있다고 추산했다. 주요 원유 트레이더들 역시 저장 물량 증가와 함께 유가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들어 약 20% 하락해 배럴당 6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원유 중개업체 트라피구라는 유가가 2026년 중반까지 50달러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브라질 가이아나 등에서 생산이 빠르게 늘고 있고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도 우회 수출을 통해 시장에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공급 과잉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유가하락은 곧바로 물가압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유가가 10달러 하락할 경우 미국과 한국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0.2%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약 3.8리터) 2.90달러 안팎으로 내려오며 소비자 체감물가가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휘발유 가격 하락은 매우 큰 규모의 감세와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물가부담이 낮아지면서 통화정책 환경도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으며 시장에서는 2026년에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고용 둔화와 물가 안정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연준이 추가 완화에 나설 여지가 커진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노동시장이 약해질 경우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재정정책은 이미 방향이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법안인 ‘원 빅 뷰티풀 빌(OBBB)’은 감세 조항을 포함한 채 의회를 통과했으며, 관련 감세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개인과 기업의 세 부담을 낮추는 내용이 핵심으로,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 소비와 투자 여력을 직접적으로 키우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블룸버그는 “유가 하락은 미국 에너지 업계에도 부담이 된다”며 “미국 셰일 생산자 상당수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도 수익성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2026년을 향한 미국 경제의 큰 흐름은 유가하락, 금리인하 기대, 예정된 감세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로 요약된다. 원유 공급과잉이 물가 압력을 낮추는 가운데,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감세가 소비 여건을 뒷받침하며 트럼프행정부의 경기부양 전략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내년 미국 경제가 정책 완화 효과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