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온라인학교, 고교학점제 시대 대안으로 급부상

2025-12-24 13:00:01 게재

도서 지역 10개교 중 8개교 참여 … 신산업·신성장 과목 적극 발굴로 진로 선택권 확대

2023년도에 다른 시·도보다 앞서 경남, 대구, 광주와 함께 시범운영을 시작한 인천 온라인학교가 2년여 만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강좌 수는 개교 초기 21개에서 116개로 5배 이상 늘었고 참여 학교도 17개교에서 32개교로 2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교사 수급이 어려운 도서 지역 10개교 중 8개교가 참여하면서 고교학점제 시대 과목 선택권 확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온라인학교는 일반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신성장·신산업 분야 과목을 적극 발굴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2026학년도에는 ‘대중문화산업 그리고 한류’ ‘미래형 항공기체AAV’ ‘인공지능 기반 생물정보학 기초와 활용’ ‘스마트농업의 이해’ ‘블록체인 기초’ 등 신규 과목을 개설한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업관리교사제를 운영하고 대면 수업도 병행한다. 교육부 만족도 조사에서 수강생 73%가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평가 공정성에 대한 긍정 응답은 79%로 가장 높았다. 다른 시·도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인천온라인학교의 운영 현황과 성과를 현장 취재를 통해 살펴봤다.

16일 오후 인천온라인학교 중국어 수업 장면 사진 이의종

16일 오후 2시 40분 인천온라인학교 중국어 수업이 시작됐다. 교실은 마치 소규모 방송국 스튜디오를 연상케 했다. 교사 앞에는 전용 모니터가 놓였고 벽면 왼쪽 대형 화면에는 접속한 학생들의 얼굴이, 오른쪽 화면에는 수업 내용이 실시간으로 띄워졌다.

“접속한 친구들은 카메라를 켜주세요. 얼굴 좀 보여주세요.”

김정은 교사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화면 속 학생들이 하나둘 카메라를 켰다.

“반장 얼굴이 안 보여요.”

교사가 말하자 “화장실 갔어요”라는 학생들의 대답이 돌아왔다. 온라인이지만 교실 특유의 활기가 느껴졌다.

이날 수업 주제는 ‘음식 주문하기’. 교사가 오늘 수업 내용을 안내하자 학생들이 교과서를 폈다. 화면을 통해 공유한 수업용 PPT를 보며 교사를 따라 “今天我们吃什么?(오늘 우리 뭐 먹지?)”를 소리 내어 읽었다. “자 다 같이 따라합니다. 입을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있어요.” “吃辣的吧.(매운 거 먹자.)”

학생들이 따라 읽자 교사는 화면 속 학생들의 입 모양을 확인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오늘 화면 속 우리 반 센터는 지민이입니다. 지민이부터 시작할게요.”

예은 학생이 메이리 역할을 맡아 본문을 읽자 “박수 박수! 너무 잘 읽는다”라며 교사가 호응했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무색하게 학생들의 참여는 적극적이었다. 오히려 화면이라는 매개체가 발음 학습에 집중하게 만드는 듯했다.

◆2년 만에 참여 학교 폭발적 증가 = 2023년 9월 개교한 인천온라인학교가 2년여 만에 참여 학교와 학생 수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교사 수급이 어려운 도서 지역 학교들의 참여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고교학점제 시대 과목 선택권 확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4일 인천온라인학교에 따르면 개교 초기와 비교해 강좌 수, 참여 학교 수, 학생 수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홍지연 인천온라인학교장은 “학교가 운영하기 어려운 과목 개설을 돕고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취지가 현장의 요구에 부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인천온라인학교의 교육과정과 운영 방식이 안착하면서 위상도 달라졌다. 인천온라인학교 수강 학생들이 본인의 진로에 맞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2023년 개교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인천온라인학교의 수업을 수강해 온 한 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에너지환경과학’ ‘스마트팜의 이해’ 등 진로와 연관된 다양한 과목을 수강했고 학생들이 올해 고3이 돼 입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해당 학생들은 대입 면접에서 온라인학교 수강 과목에 대한 집중 질문을 받았고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인천은 강화군과 옹진군에 도서 지역 학교가 10개교에 달해 다른 시·도 대비 도서 지역 학교 비중이 높다. 이들 학교의 인천온라인학교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학기별 참여 현황을 보면 2023년 2학기 3개교에서 시작해 2024년 1학기와 2학기에는 각각 6개교로 늘었다. 2025년 1학기에는 7개교, 2학기에는 8개교가 참여했다. 2026년 1학기에도 7개교가 참여할 예정이다. 전체 10개교 중 대부분이 인천온라인학교를 활용하고 있다.

도서 지역 학교들의 과목 선택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인천온라인학교 관계자는 “도서 지역 특성상 교사 수급의 어려움 등으로 일반선택 과목도 개설이 어렵다”며 “이 때문에 보통 교과의 일반 선택과 교양 과목의 개설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인천온라인학교는 2026년에는 인천 관내 30개교에서 수업을 수강할 예정이다. 인천에는 약 100개의 일반계고가 있어 향후 참여 학교 확대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신산업 과목 적극 발굴, 학교 요청 수용 = 인천온라인학교가 2026학년도에 ‘대중문화산업 그리고 한류’ ‘미래형 항공기체AAV’ ‘인공지능 기반 생물정보학 기초와 활용’ ‘스마트농업의 이해’ ‘블록체인 기초’ 등 신규 과목을 개설한다. 일반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신성장·신산업 분야 과목을 적극 발굴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과목 선정에는 내부 기준과 개설 우선순위가 있지만 학교에서 개설을 희망하는 과목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다만 수강 학생 수가 극소수인 경우에는 학교에 공문을 보내 수강생을 더 모집해 개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천온라인학교는 전체 강좌의 90% 이상을 정규 시간 내 쌍방향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한다. 온라인 실시간 수업은 교과 담당 교사와 학생이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지 않아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관계와 친밀감 형성과 평가, 운영에 한계가 있다. 인천온라인학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업 과정 중 일부를 대면으로 진행하거나 ‘수업관리교사제’를 운영하고 있다.

수업관리교사제는 학생 참여 학교에서 원활한 수업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수업관리교사를 지정하고 매 수업 시간에 현장지도를 하는 제도다. 수업관리교사는 출결 관리 지원, 학생의 온라인 수업 활동 참여 지도, 돌발 상황 대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온라인학교 교사는 일반 학교 교사와 달리 온라인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전문성 신장이 필수적이다. 인천온라인학교 관계자는 “다양한 에듀테크를 지원하고 전문적 학습 공동체 운영 및 자발적 수업 나눔 활동을 통해 교사 전문성 신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온라인 수업에 적합한 평가 방법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에 적합한 평가 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온라인학교는 고교학점제 시대에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설계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보완하는 운영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수강생 73% “전반적으로 만족” = 인천온라인학교 수강 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수업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긍정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가 시행한 2025년 각 시도별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온라인학교 수강 학생 421명을 대상으로 한 2025학년도 1학기 교육활동 만족도 조사에서 ‘온라인학교 수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긍정 응답이 73%에 달했다. ‘매우 그렇다’가 49%, ‘약간 그렇다’가 24%였다. ‘보통이다’는 20%,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각각 4%와 3%에 그쳤다. 응답자는 2학년 175명과 3학년 220명 등 총 421명이었다. 학년 미기재 응답자는 26명이었다.

‘온라인학교 수강 과목의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긍정 응답이 79%로 가장 높았다. ‘매우 그렇다’가 59%로 과반을 넘었고 ‘약간 그렇다’도 20%였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1%에 불과했다.

‘온라인학교에서 개설된 과목이 학생과 학교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72%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매우 그렇다’ 46%, ‘약간 그렇다’ 26%였다.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등 온라인학교 수업 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68%가 긍정 응답을 했다. ‘매우 그렇다’ 47%, ‘약간 그렇다’ 21%로 나타났다.

◆안정된 시스템·맞춤형 교육과정 강점 = 인천온라인학교 모델을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인천온라인학교가 꼽는 핵심 강점은 안정된 시스템이다. 교육과정 편성, 과목 개설, 소속 학교와의 소통,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 운영, 성적 처리, 평가, 결보강 운영, 강사 및 코티칭 수업 운영 등 모든 과정의 각 단계별 매뉴얼이 있고 이를 통해 학교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구성원 간의 소통과 공유 문화도 시스템 운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인천온라인학교의 운영 현황과 성과를 현장 취재를 통해 살펴봤다. 사진 이의종

차별화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도 강점이다. 신산업·신성장 과목 및 다양한 고시 외 과목을 개설해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설계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인천시교육청의 전폭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교사 수급, 예산 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자율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정책을 수립해 지원하고 있다. 인천온라인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지원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수 기자·이도연 내일교육 리포터 k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