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탄소감축 수단별 기업의 고려사항
올해도 겨울 영화에 푹 빠져 있다. 캐롤과 하얀 눈으로 가득한 화면만으로도 관객에게 힐링이 되는 계절은 오직 겨울뿐이라서 마치 계절의 선물과도 같다.
그런데 지난 22일 기상청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만약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서울의 겨울이 현재 102일에서 12일로 줄어 드는 등 사계절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는 우리나라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NDC)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강화된 NDC 달성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사용하는데, 특히 주요 배출 부문인 전력부문과 산업부문의 감축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운영되고 있다.
NDC강화는 곧 배출권거래제의 강화로 이어지는데, 지난달 확정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서 기업들이 무료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을 줄여 탄소규제 강화를 공식적으로 구체화했다. 향후 5년간 기업은 전례 없는 감축의무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비용 저항감 큰데 현실은 비싼 감축투자 요구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각하고 있는 주요 감축수단은 세 가지다. 첫째는 수소활용이나 탄소포집활용저장 등 감축기술을 적용해 감축하는 것이다. 문제는 에너지효율 기술 등 경제성이 있는 기술은 이미 적용이 되어 있어 앞으로의 감축은 비싼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러한 기술들의 상용화 시점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는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서 쓰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거나,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투자하는 등 회사가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전력으로 전환함으로써 감축하는 것이다. 향후 재생전력 가격과 전기요금 전망이 전환 의사결정의 핵심 기준이다.
셋째는 배출권을 거래소에서 구매하거나 외부사업을 통해 발급받는 등 배출권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것이다. 다만 배출권 수급 및 거래 활성화가 불확실하고 외부사업을 통한 배출권 발급도 까다로워, 감축기술적용이나 재생에너지전환에 비해 보조적인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상술한 감축수단들을 이행함에 있어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모순적 현실이 있다. 회사내에서 비용에 대한 저항감이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때에, 가장 비싼 감축투자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기업이 단기재무효과가 수반되는 감축수단을 선호하거나 정부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최근 미국이나 유럽이 기후정책을 완화하고 있는 반면에 글로벌 공급망내 소속되어 있는 우리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의 고객사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기후대응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다. 왜 한국만 적극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져 의사결정이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렇듯 우리 기업이 감축수단을 이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식의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에게 글로벌 고객사의 탄소관리 요구,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소비자이자 시민사회의 탄소책임 압력, 올해 막 출범한 한국정부의 탄소감축 의지 또한 분명하다.
21세기 후반에도 서울에서 겨울 즐기려면
이에 이행을 해야만 한다면 감축수단별로 현실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감축기술적용 수단의 경우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탄소감축과 원가절감을 병행하는 기술을 찾아내거나 상용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보완하고 기술투자 수익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전력전환 수단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따라 빠르게 증가할 저렴한 재생전력을 선점하고, 재생전력을 장기 구매시 전기요금 전망과 함께 배출권 가격 전망도 고려함으로써, 장기투자효용을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출권확보 수단은 국내외 공급망내 고수익 외부 사업을 선점해 투자대비 배출권 확보양을 늘리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될 파생상품을 활용한 재무적 헷징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IT기술을 활용해 국내외 건물이나 공장에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최소한의 초기투자비용으로 배출권확보와 원가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외부사업을 선점하는 것이다.
21세기 후반에도 서울에서 겨울 영화를 계속 즐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상술한 감축수단별 고려사항이 현재의 기업 의사결정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