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쿠팡, 결국 국정조사로 간다
불출석·위증 고발에 로그 삭제 의혹까지 … 청문회 넘어 전면 검증 국면
쿠팡 사태가 결국 국정조사 단계로 넘어간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책임자 불출석과 증언 신뢰 논란, 자료 보전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회가 청문회만으로 진상 규명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논란이 입법부 차원의 공식 조사로 이어지며, 이번 사태는 개별 사고를 넘어 구조적 책임을 묻는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연석 청문회 종료 직후 전체회의를 열어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김 의장과 김유석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는 청문회 불출석 혐의가 적용됐고, 로저스 대표를 비롯한 나머지 임원 4명은 위증 혐의로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국회는 김 의장의 반복된 불출석과 핵심 증언의 신빙성 훼손이 국회의 조사·감시 기능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청문회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쿠팡의 불법적 기업 행위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사 범위에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뿐 아니라 노동자 사망과 산업재해, 물류센터 운영 실태,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불공정 거래, 플랫폼 독점 구조까지 담겼다. 단순한 위법 여부를 넘어, 쿠팡의 경영 구조와 책임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청문회에 불참했던 국민의힘 역시 “청문회가 아닌 국정조사로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정조사 추진에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개인정보 유출의 규모와 피해, 기업의 책임 회피 논란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국정조사는 정치 공방을 넘어 실질적 검증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조사로의 전환에는 청문회 과정에서 누적된 불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핵심 쟁점은 쿠팡의 이른바 ‘셀프조사’였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25일 자체 조사 결과를 선제적으로 발표하며 “유출자가 고객 계정 약 3370만개에 접근했지만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건 수준이고 외부 전송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이 확인한 바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부는 3300만개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했고, 배송지 주소와 주문 내역 유출 정황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3000건’이라는 수치가 용의자 진술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청문회에서는 범죄 용의자가 보냈다는 협박 메일 일부가 공개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메일에는 쿠팡 고객의 상세 주소와 전화번호, 성인용품 구매 내역 등 민감한 사생활 정보가 첨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는 “단순 해킹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 수준의 중대한 사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쿠팡의 ‘외부 전송 없음’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청문회가 사실 확인보다 불신을 확인한 자리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편 국정조사에서는 △실제 개인정보 유출 범위와 피해 규모 △협박 메일에 포함된 정보의 유출 경로 △‘국정원 지시’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자료 보전 요구 이후 로그 삭제 경위 △정부 자료 요청에 대한 미제출 사유 △책임자급 불출석의 배경과 의사결정 구조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시스템 개선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는 개인정보 보호와 플랫폼 기업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지, 현행 제도와 법률이 초대형 플랫폼의 영향력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방침이다. 이번 국정조사는 플랫폼 규제 전반을 재검토하는 입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안고 있다.
청문회를 거치며 쿠팡 사태는 더 이상 단순한 보안 사고로 볼 수 없게 됐다. 국회와 정부, 여론은 이 사안을 한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초대형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적 통제의 한계를 드러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버티던 쿠팡의 자세가 결국 국정조사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