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조사’ 끝났다…쿠팡, 사법 리스크 전면화
불출석·위증 혐의에 증거 보전 논란까지 수사 대상
쿠팡 사태가 청문회를 넘어 국정조사와 함께 형사 책임을 가르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책임자 불출석과 위증 고발, 접속 로그 삭제 의혹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자체 해명은 힘을 잃고 사법 판단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사법 리스크의 출발점은 국회 증언과 출석 의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연석 청문회 종료 직후 쿠팡 전·현직 임원 7명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김유석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는 청문회 불출석 혐의가 적용됐다.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 등 나머지 임원 4명은 위증 혐의로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국회는 김 의장의 반복된 불출석과 핵심 증언의 신빙성 훼손이 국회의 조사·감시 기능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경위를 둘러싼 증언 충돌이 사법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로저스 대표 등 쿠팡 측은 청문회에서 용의자 접촉과 기기 회수, 포렌식 과정이 “국정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어떠한 지시도 한 사실이 없다”며 국회에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증언의 진위 여부 자체가 형사 책임 판단 대상이 된 것이다.
증거 보전 문제는 수사 범위를 더욱 넓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이 자료 보존 명령 이후에도 5개월 분량의 홈페이지 접속 로그 기록이 삭제되도록 방치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해당 로그 삭제가 단순 관리 부실인지, 조사 방해나 책임 회피와 맞닿아 있는지는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유출자가 고객 계정 약 3370만개에 접근했지만 실제 저장된 정보는 3000건에 불과하고, 해당 정보도 모두 삭제돼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어딘가에 저장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 배후의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수 있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민관합동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이 선제적으로 자체 결론을 발표한 행위 자체가 수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정부 조사와도 맞물려 있다. 과기정통부와 경찰청·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12개 부처·기관은 쿠팡을 상대로 동시에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단일 기업을 상대로 다수의 정부 부처·기관이 동시 조사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수사 결과에 따라 행정 제재와 형사 책임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동권 침해 의혹 역시 형사 책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노동부는 쿠팡의 산재 은폐 의혹과 야간노동, 건강권 보호 조치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세무 조사도 사법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위는 쿠팡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여부와 함께 김범석 의장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세청은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해외 송금 구조와 친족 보상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는 “범정부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단 하나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며 “국민 안전과 노동자의 생명, 공정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 사태가 더 이상 기업의 자체 해명이나 내부 조사로 마무리될 수 없고, 사법 절차를 통해 책임을 따지는 단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