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지방 주도 성장’ 이번에는 성과 낼까

2026-01-05 13:00:04 게재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2026년을 ‘대한민국 대도약 원년’으로 명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일부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등의 5대 대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3특 체제’로의 전환은 지방에 대한 시혜나 배려가 아닌 대한민국 재도약을 이끌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올바른 인식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서울 집값 폭등과 양극화, 저출생과 청년 취업난 등 우리 사회 수많은 문제의 해답은 ‘국토 균형성장’에 있다.

먼저 주택문제를 보자. 서울은 집 지을 데가 부족해 아파트값이 치솟는데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와 빈집이 늘고 지역소멸을 걱정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첫째주부터 47주 연속 올랐다. 연간 누적 상승률이 8.71%로 19년 만의 최고치다. 집값이 급등했던 문재인정부 때보다 높다.

지난해 대출한도 규제(6.27), 주택공급 확대(9.7), 규제지역 확대(10.15) 등 3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집값 상승세는 올해도 지속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집값 안정은 집권 2년차 이재명정부의 최대 과제다.

수많은 사회문제 해답 ‘국토 균형성장’

정부는 지난해 말 하겠다던 추가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미뤘다. 국토교통부는 2일 주택공급추진본부 현판식을 했다. 21년 동안 임시조직으로 운영해온 공공주택추진단을 중심으로 택지개발, 민간 정비사업,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 등 부처에 흩어져있던 공급 기능을 한데 모았다.

서울시내 빈 땅과 노후청사 복합개발 등을 통한 공급대책을 1월 중순 발표하겠다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국토부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말 내놓은 신안산선 영등포역 등 수도권 철도역사 복합개발을 통한 주택공급도 4년이 넘도록 성과가 없어서다.

부지를 따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 철도역사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 공급이 가능하고 역세권 개발 기회도 제공한다. 신규 노선뿐만 아니라 오래된 역사를 리모델링하거나 헐어내고 높게 짓는 데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서민층이 느끼는 주거불안과 정부 정책 간 괴리가 너무 커 보인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1817조원으로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의 43.3%를 차지했다. 국토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에 아파트 자산가치의 절반 가까이가 집중돼있다. 3분기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서울 지역총생산(GRDP)의 3.0배다. 지난해 외지인의 서울 주택 매입비율이 24.4%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 타운홀미팅에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 때문에 욕을 먹는데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토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토 균형발전이 서울 집값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라는 점을 확인했으면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지방 주도 성장을 앞세운 신년사에서 “이제 실천과 행동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국토 균형발전은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관건은 정교한 정책 조합과 꾸준한 실천이다. 산업·교육·주택 등의 복합정책이 요구된다. 첨단 미래산업 클러스터의 전략적인 배치 및 육성, 해당 산업에 필요한 체계적인 인력양성, 연구원·근로자와 가족들이 거주하고 교육·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구상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모델 육성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다. 40년 가까이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 한 우물을 판 KAIST는 AI 연구에 있어 한국 최고 대학이다.

지방에는 이미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에너지공대(KENTECH)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이 있다. 공학 분야에 특화된 지역 거점 국립대도 있다.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 제2, 제3 KAIST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AI 반도체 자동차 로봇 바이오 분야 대학원대학 설립과 운영을 해당 분야 선도 기업이 주도하도록 하는 것도 추진해보자.

서울대 10개보다 카이스트 10개 육성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내세운 5대 대전환 전략이 과거 선거 공약처럼 언젠가 이뤄지겠지 기대하는 식의 ‘희망고문’에 머물러선 안된다. 따지고 보면 지방 주도 성장은 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꾀한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추진했어야 했다.

이재명정부는 공개 행정과 생중계 토론을 선호한다. 최대 민생과제인 주택정책, 여러 사회문제의 해결책인 지방 주도 성장 방안을 놓고 국민대토론회를 하자. 정부는 이달 중 내놓을 대책에서 손에 잡히는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과 지방 주도 성장 정책의 얼개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양재찬 가천대 겸임교수 경제저널리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