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회생신청에 채권시장 공포

2026-06-16 13:00:08 게재

‘부도율 제로’ 믿었던 개미 투자액 8000억원

회사채 발행 주관 증권사 피해액도 눈덩이

"BBB등급 기업 투자에 보수적 접근 필요"

홈플러스와 제이알글로벌리츠, 중앙그룹 계열사 등 비우량 신용등급 기업이 잇달아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와 JTBC로 대표되는 높은 인지도와 언론사에 대한 신뢰감에 ‘부도율 제로’를 믿고 투자한 채권 개미들의 물량만 8000억원어치에 육박하는 가운데 이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앙그룹 채권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들의 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 전문가들은 BBB급 비우량 채권 전반에 대한 옥석 가리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에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요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JTBC,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핵심계열사 5개사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앞서 JTBC는 지난 12일 만기도래한 유동화채무(전자단기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디폴트가 발생했다.

중앙그룹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유동화증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동성을 수혈해 왔다. 신용평가사들은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총차입금을 3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회사채와 CP 등을 통해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이 1조1778억원이다. 회사채가 904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중앙그룹 회사채가 그동안 리테일 채권시장에서 개미들의 주요 매수 상품이었다는 점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하이일드로 분류되는 BBB등급에 포진됐던 관계로 장기투자자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액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고금리를 노린 개인투자자 및 일반법인의 투자 수요가 금융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상당 부문 판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창구를 통해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을 가능성이 높은 공모 회사채와 CP 등이 7905억원 규모에 달한다. 계열사별 공모 회사채는 중앙일보 1370억원, JTBC 2450억원, SLL중앙 1420억원 등이다. 중앙일보그룹의 회사채, CP 등 주관은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이 맡았다. 이들 증권사는 인수한 회사채 상당 부분을 리테일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면서 주관한 증권사들의 손실도 커졌다. 지난 4월 말 SLL중앙이 발행한 400억원의 회사채 중 250억원은 신한투자증권의 몫이 됐다. 앞서 지난 2월 JTBC가 찍은 회사채 930억원 중 10억원도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에 배정됐다.

◆비우량 회사채 경색 = 최근 회사채(무보증 3년) BBB- 금리는 연 10.3%대로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유통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장은 다른 종목들의 상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경고등이 켜진 곳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여천NCC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여천NCC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개인들의 매수세를 기반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이어갔던 CJ CGV와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된다.

최성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 속 BBB등급 기업들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며 양극화 심화가 전망된다”며 “당분간 BBB등급 기업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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