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일구는 사람들 ⑭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

“쓰러진 뒤 알면 늦어”…인공지능으로 돌봄 골든타임 지킨다

2026-06-17 13:00:12 게재

발달장애인 봉사활동 창업계기 … 공기압 조끼 ‘허기’ 개발

CES 혁신상 통합시스템 ‘케얼리’ … 비침습 생체신호기술

기술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구 … 노년층 건강돌봄 확장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은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가들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기술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지난 8일 판교 돌봄드림 본사에서 만난 김지훈 대표가 허기조끼와 케얼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창배 기자
지난 8일 판교 돌봄드림 본사에서 만난 김지훈 대표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이다. 학창시절부터 창업경진대회와 학생 자치활동, 창업기업 실무를 경험하며 기술기반 창업을 준비해왔다.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를 보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가의 삶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창업방향을 결정한 것은 현장경험이었다. 공동창업자의 권유로 발달장애인 시설을 찾게 된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복지현장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가까이서 접했다. 당시 그는 사회적 가치와 사업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현장에서 만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결과 탄생한 제품이 발달장애인용 안정조끼 ‘허기’(HUGgy)다. 공기압을 활용해 신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방식으로 감각과민과 불안을 완화하는 제품이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는 시장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다르게 생각했다.

김대표는 “시장규모는 단순히 이용자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문제의 크기가 크면 충분히 의미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허기는 장애인 보조기기와 장애인 보조공학기기에 선정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현재 장애인 근로사업장과 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장애인고용공단 등을 통한 공공구매 시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또 다른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독거노인과 치매환자, 만성질환자 등 고령자 돌봄현장에서도 건강이상을 늦게 발견해 적절한 대응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신호를 조금 더 빨리 발견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은 돌봄드림의 두번째 도전으로 이어졌다.

◆고령자 생활관찰관제시스템 ‘케얼리’ = 현재 회사의 주력사업은 고령층 생활관찰 관제 시스템 ‘케얼리’(Carearly)다. 케얼리는 비침습공기압 기반 심탄도(BCG) 측정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심박과 호흡, 움직임 등 생체신호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낙상이나 수면이상, 장시간 움직임 없음 등 평소와 다른 변화가 감지되면 보호자와 관리자에게 알림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기존 웨어러블 기기와의 차별점으로 ‘비침습성’과 ‘생활밀착형 축적자료’를 꼽는다.

“스마트워치나 센서 부착형 기기는 피부에 직접 닿아야 한다. 하지만 고령층은 기기착용을 불편해하거나 충전을 잊는 경우가 많다. 이 기술은 옷 위에서도 측정이 가능해 부담이 적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축적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고령층의 낮은 웨어러블 기기착용률도 기술개발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돌봄드림은 조끼 형태뿐 아니라 밴드형, 매트리스형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해 이용자의 생활방식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개발 과정도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실험실이 아닌 실제 생활환경에서 신뢰도 높은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사람마다 체형과 생활습관이 다르고 움직임과 환경적 잡음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드림은 초개인화 자료분석기술을 개발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개인별 생활양식과 생체신호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변화징후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현재 돌봄드림의 주요고객은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 요양시설 등이다. 강원 홍천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돌봄관리의 효율성을 검증하고 있다. 특히 제한된 인력으로 많은 고령자를 관리해야 하는 현장에서 자료기반 우선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기반 돌봄환경에도 투자 = 김 대표는 “현재 돌봄정책 예산 대부분이 인력지원에 집중돼 있다”며 “물론 필요한 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기반 돌봄환경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술과 사람이 함께하는 새로운 돌봄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돌봄드림은 2026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국제시장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병원과 복지기관, 대학 등과 협력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고령화와 돌봄인력 부족이라는 공통과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돌봄드림은 축적된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매와 심혈관 질환, 정신건강 이상징후 등을 사전에 예측하는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의료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과 함께 질병예측 기술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금은 고령층 돌봄에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생애주기 자료를 분석해 건강 이상을 사전에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건강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골든타임 이전에 위험신호를 발견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의 도전은 기술이 사람을 돌보는 새로운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판교=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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