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까지 파고든 사이버성폭력 범죄
경찰 검거 사범 78%는 10·20대
해외 유통망 성착취물 집중 추적
지난 6개월간 검거된 사이버성폭력 사범 10명 중 8명은 10·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해외 서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성착취물 유통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국제공조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 중인 ‘사이버성폭력범죄 집중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6개월간 사이버성폭력 사범 1446건, 1506명을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가운데 87명을 구속했으며 범죄수익 5억원 상당을 압수하거나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했다.
피의자 연령대를 보면 10대가 723명(46.9%)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481명(31.2%)으로 뒤를 이었다. 10·20대를 합하면 전체의 78.1%에 달했다. 30대는 222명(14.4%), 40대는 73명(4.7%), 50대 이상은 42명(2.7%)이었다. 경찰은 스마트폰과 SNS 이용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디지털 매체 접근성이 높은 청소년·청년층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예방 교육과 온라인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10대 가해자에 의한 딥페이크(허위영상물) 성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인천지방법원에서는 중학생 시절 교사 5명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해 SNS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10대의 재판이 진행됐다. 피해 교사들은 법정에서 “앨범 촬영조차 두렵고 교단에 설 때마다 학생들의 시선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또 “학생들을 사랑했던 교사가 학생을 의심하게 됐다”며 디지털 성범죄가 남긴 장기적 후유증을 토로했다.
피해자 보호 조치도 확대됐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과 협력해 단속 기간 중 피해 영상물 3만7687건에 대해 삭제·차단을 요청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늘어난 규모다. 최근 미국에서 비동의 성적 영상물 삭제를 의무화한 ‘테이크 잇 다운 법’ 시행에 맞춰 해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삭제 요청과 국제공조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해외 서버 기반 불법 사이트와 해외 SNS를 통한 성착취물 유포를 핵심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시·도경찰청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해외 서버 뒤에 숨어 있는 운영진과 유통망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경찰은 성매매·도박 사이트 광고 수익을 노리고 8개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동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등 12만건의 영상을 게시한 운영자 2명을 검거해 구속했다. 이들은 광고 수익으로 약 10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불법촬영물을 유료 회원제로 유통한 해외 도피 피의자 2명도 검거했다.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과 개인정보, 허위 명예훼손 게시물을 유포한 이른바 ‘박제방’ 운영자 3명도 위장수사를 통해 검거돼 모두 구속됐다. 학생 사진을 이용해 성적 허위영상물을 제작하고 수사기관을 사칭해 금품을 요구한 피싱 범죄 총책은 국제공조를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붙잡혔다.
국제공조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싱가포르 등 아시아 7개국과 아동성착취물 범죄 특별단속을 벌여 225명을 검거하고 19명을 구속했다. 해외 서버 뒤에 숨은 운영진과 공급망을 추적하기 위해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 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딥페이크 성범죄는 감소세를 보였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허위영상물 관련 처벌 규정이 강화된 데다 집중단속이 이어지면서 범죄 억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딥페이크 범죄가 피싱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다른 범죄와 결합하는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탐지 기술 고도화와 집중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6월 개정 성폭력처벌법 시행으로 위장수사 대상이 성인 피해자까지 확대되면서 관련 수사도 늘었다. 경찰은 단속 기간 중 위장수사 377건을 실시해 181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7명을 구속했다.
박우현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은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추적 회피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지만 적극적인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관계기관과 협업해 플랫폼의 유통 방지 의무 이행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