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 로드맵 구체화

2026-06-17 13:00:04 게재

19일 공식 서명 후 원유수출 재개 … 핵합의땐 제재 해제·454조원 재건기금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리지트 마크롱 프랑스 영부인의 계단 오르는 것을 도왔다. 정상들과 배우자들은 이날 단체 사진 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19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한 뒤 단계적 관계 정상화에 나선다. 이란은 원유 수출을 즉시 재개하고, 최종 핵합의가 이뤄지면 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와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도 추진된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 제한과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국제사회의 검증 수용 등을 조건으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이른바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 원칙을 적용해 협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악시오스(Axios) 등을 종합하면 미국은 19일 종전 MOU 공식 서명 직후 이란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을 허용하는 임시 제재 면제를 발효할 예정이다. 제재 완화 대상에는 원유 판매 자체뿐 아니라 금융결제, 해상 운송, 보험 등 관련 서비스 전반이 포함된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조치도 상당 부분 해제되면서 이란 경제에 즉각적인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후속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란의 석유 판매를 허용하는 임시 조치가 MOU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해상 봉쇄 이후 처음으로 이란산 원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이 오만만을 통과한 것으로 민간 감시단체들이 확인했다.

이번 합의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19일 MOU 공식 서명과 함께 이란의 원유 수출이 재개된다. 이어 향후 60일 동안 핵 문제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고, 합의 이행이 완료되면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방식이다.

최종 핵합의가 타결될 경우 30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도 조성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당 기금은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배상금 성격이 아닌 민간 투자 플랫폼 방식으로 운영된다. 미국과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이미 1500억달러(약 227조원) 이상의 투자 약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대상에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기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기업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분야는 에너지와 물류, 제조업, 운송 인프라 등 이란 경제 재건 전반에 걸쳐 있다.

기금은 최종 핵합의 체결 이후 조성되며 이후 60일 동안 이란 정부와 투자 기업, 기금 운영기관이 사업 범위와 세부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은 이러한 경제적 혜택이 철저한 조건부 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 포기와 농축 우라늄 처리, 국제사회의 검증 수용,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 보장 등의 합의 사항을 이행해야만 단계적 보상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이번 협상에 따른 어떤 혜택도 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양국은 동결 자산 해제 시점을 놓고도 해석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동결 자산이 즉각 해제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최종 핵합의 타결과 이행 완료 이후에야 추가적인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악시오스는 MOU 문안에 ‘MOU가 이행(implementation)되는 즉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표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양국 간 해석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공식 서명식은 당초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스위스 정부는 중부 휴양지인 뷔르겐슈토크로 장소가 변경됐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 중재국인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공동으로 장소를 제안했으며 보안과 경호 여건을 고려해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OU는 106일간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을 사실상 종료하는 첫 제도적 장치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 최종 폐기 수준과 국제 검증 방식, 호르무즈 해협 항행 보장, 제재 해제 시점 등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60일간 진행될 후속 협상이 실질적인 종전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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