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전쟁 양상 바꾸는 주역이 되다

2026-01-05 00:00:00 게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된 역할 담당 … AI 기술 결합하면서 활용도 더 커질 것

지난해 4월 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포크로우스크 방어선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군 제59 독립 돌격여단 예하 제1 무인체계 대대 소속 드론 조종사가 ‘뱀파이어(Vampire)’ 드론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 영역에서 드론(무인기) 전쟁 시대의 본격 진입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 드론은 전쟁 무기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는 광범위하고 중요한 국면에 사용되면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드론 전쟁을 준비하거나 대비해야 하며, 그것도 당장에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드론은 이제 전장의 6대 영역인 정보 화력 기동 방호 지휘통신 전투근무지원 등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면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이전에 드론은 공중 표적기, 정찰기, 지상 공격기 등 제한된 범위에서 사용돼 왔다.

가격 싸지고 공격 효과 입증돼 대량운용

드론의 사용 범위가 확대된 배경에는 우선 저가라는 점이다. 중국 기업 DJI의 매빅3 드론은 200만~500만원대에 판매된다. 이 가격은 정보수집과 정찰감시로 주용도를 국한하더라도 다른 기체보다 1/10 이하의 가격이다. 수백억원대의 유인 프로펠러 정찰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육군의 소대 단위 소형 무인기로 손으로 날릴 수 있는 레이븐(대당 약 5000만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여기에 대량 구입이 가능하고 도입 기간도 무시할 수준인 데다가 정비수리도 쉽지만 소모품처럼 취급할 수 있다.

원래 매빅3 드론은 영화제작 농업 건설 분야에서 상공 촬영 등의 용도로 판매되는 상품이다. 제작사인 DJI는 값싼 가격 등을 앞세워 세계 드론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매빅3 드론은 영상 촬영 기능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정찰 용도로 활용됐다. 민간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은 좌표와 함께 실시간으로 제공돼 군사적으로 즉각 사용이 가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 드론의 효용성을 발견하고 민간인이 소유한 드론도 서둘러 징발했다.

드론은 공격에도 맹활약했다. 개전 초기 러시아의 압도적인 기갑전력이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휩쓸어 버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전차 296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향하는 도로에서 불타거나 나뒹굴었다. 튀르키예에서 수입한 바이락타르 TB2 드론에 장착된 미사일 유도폭탄 로켓은 거의 무방비 상태의 러시아 기갑전력을 마구잡이로 사냥했다.

원래 기갑 전력에 대한 공중 공격무기로는 공격형 헬리콥터가 손꼽힌다. 대표적인 미 아파치헬기는 대당 가격이 1600억원을 헤아린다. 바이락타르 TB2는 대당 70억원 이어서 아파치 헬기의 5%에도 못 미친다. 그리고 러시아군의 공격 헬기는 덩치가 큰 관계로 쉽게 탐지돼 제대로 참전도 하지 못했다. 공격 헬기의 역할이 드론으로 넘어가고 있다. 저가형 무기가 정찰에 이어 공격에서도 효과를 입증하자 대량 운용은 예정된 길이었다.

또 드론의 기술은 전쟁 와중에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다. 앞서 말한 바이락타르 TB2가 러시아의 방공망과 전자전 대응으로 타격에 어려움을 겪자 FPV(일인칭 시점) 자폭 드론이 등장했다. 정찰 드론을 보다 소형화해 탐지를 어렵게 하고, 정찰 드론이 간파한 정보를 지휘소에 전달하면 타격 전용의 자폭드론이 출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드론 기술은 고해상도 카메라, 정밀한 항법체계(GPS/INS), 실시간 디지털 링크, 지속성이 향상된 배터리·모터를 요구하게 된다. 이런 기술은 과거 첨단 전투기와 미 MQ-9 리퍼 등 고성능 고가의 무인기에 적용됐지만 이제는 수제 자폭드론에도 도입되고 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서도 주역

드론이 전장의 주역으로 등장했지만 단기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 오면 드론은 각 군사 수단과 연계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전술을 선보여 전황을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었다.

당시 아제르바이잔군은 드론을 공세적으로 활용해 정찰-표적획득-정밀타격의 연계를 완성했다. 정찰 드론은 전장에서 센서 역할을 맡으면서 포병 미사일 전자전 사이버 등 공격수단을 위한 표적을 탐지했다. 또 공격용 드론으로 튀르키예로부터 공격형 무인기인 TB2를, 이스라엘로부터 자폭형 드론인 하롭을 도입했다. 이들 정찰수단과 타격수단을 네트워크로 묶으면서 전장의 ‘센서-슈터’ 킬체인에 걸리던 시간도 대폭적으로 단축했다. 아제르바이잔군은 공중 영역을 자유롭게 활동하는 부가적인 이익도 얻었다.

상대인 아르메니아군은 병력과 장비면에서 아제르바이잔에 약간 열세였지만 맞설 만한 전력을 보유했다. 아르메니아는 험준한 산악지대에 의지해 지상군 방어 위주의 제병협동전투를 구상했다. 아르메니아군은 과거 전쟁 방식처럼 진지 교통호 장비호 등을 정밀하게 구축했지만 아제르바이잔의 드론에 사전 간파돼 공격의 표적이 됐다. 아르메니아는 드론을 활용한 드론전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르메니아는 드론 때문에 군사기술의 비대칭, 전술의 비대칭을 허용해 결국 패전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기술 발달로 장거리 작전도 가능

드론 전술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확대는 드론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6월 1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깊숙한 군 비행장 최소 4곳을 드론으로 기습공격하는 ‘거미집 작전’을 성공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공격받은 러시아 군 비행장은 키이우로부터 장거리에 위치한 올레냐(1982㎞), 이바노보(1017㎞), 댜질레보(781㎞), 벨라야(4849㎞) 기지다. 드디어 저가의 드론일지라도 장거리 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했다.

장거리 작전에서 드론의 원격조종이 가장 큰 관건이었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드론에 상용 무선전화기의 유심칩을 꽂아서 해결했다. 즉 러시아의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드론을 원격 조작한 것이다. 드론은 촬영 정보와 위치 정보를 역으로 송신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드론 조종수는 비디오 영상을 모니터하면서 공격작전을 진행했다.

다만 이 작전에 참가한 소형 오사 드론은 자신의 능력으로 수천㎞의 장거리를 운항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일반 화물로 위장해 컨테이너에 적재하고 일반 화물 트럭에 싣고서 목표지역 인근까지 이동하도록 했다. 민간인 트럭 운전사는 적재물 내용을 모른 채 엄청난 군사작전에 가담한 셈이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정차한 트럭과 벨라야 공군 기지의 거리는 7㎞였다. 원격조종에 의해 컨테이너 지붕이 열리고 드론이 차례차례 날아올랐다. 당시에 강풍이 불고 있어 비행 제어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수천㎞에 이르는 장거리 통신에서는 일정한 데이터 지연이 불가피했다. 지연 시간은 23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호 공백 기간에 드론은 자율적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여기서 또 다시 군사기술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드론은 아두 파일럿 소프트웨어에 의해 추락하지 않도록 스스로 비행 자세를 유지했으며, 추측 항법으로 예정된 루트를 따라 이동했다. 소형 드론이지만 자율유도를 위한 인공지능(AI)이 탑재돼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이들을 대응할 컴퓨터가 내장돼 있었는데 ‘라스베리 파이’라고 하는, 무게 50g에 불과한 기판형 구조의 소형 컴퓨터였다. 이들은 모두 시중에서 값싼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소형 자폭 드론 117대를 사용한 거미집 작전으로 우크라이나는 막대한 전과를 거두었다. 전략폭격기 Tu-95 8대, Tu-22 4대를 파괴해 러시아 핵 전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 또 A-50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수송기 등을 포함해 모두 41대를 파괴하거나 손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피해액을 20억~70억달러(약 2조9000억~10조원)로 추산했다.

우크라전 이후 전장의 기본장비로 등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을 전장의 기본 장비로 격상시켰다. 고급 기술이 적용된 상용 드론이 군에 대량 보급되면서 전차와 폭격기를 무력화하고 전쟁 양상을 바꾸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많은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사용하는 드론은 자폭 드론 샤헤드136, 정찰 드론 오르란10, 공격 드론 란셋 등이 있다.

앞으로도 드론은 자율성을 대폭 증대한 AI와 결합되는 속도를 가속화하면서 군집 드론을 일반화하고 무인 수상정, 무인 잠수정, 육상 전투로봇을 발전시킬 전망이다. 전쟁 양상은 또 다시 뒤흔들릴 것이다.

김성걸 동아시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