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차기 연준의장 앞에 놓인 과제 - 독립성·시장신뢰·경제현실

2026-01-06 13:00:01 게재

워싱턴과 월가에서 2026년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이다. 제롬 파월 후임이 누구일지가 미국 경제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백악관의 정책수단이 되기를 원하며 “지금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공개 압박해왔다. 이번 결정은 연준 독립성이 여전히 유지되는지 혹은 훼손되는지를 가늠하는 신호가 될 것이다.

연준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지만 연준 자체는 독립기관으로 간주된다. 역사적으로도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연준 의장을 해임한 법적 선례는 없다. 미 대법원은 1935년 판결을 통해 의회가 대통령의 독립 연방위원회 위원 해임 사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노동관계위원회 위원들을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연방준비제도는 그 대상에서 예외로 분류했다. 당시 대법원은 연준을 “미국의 핵심 금융기관 전통을 계승한, 특수하게 구조화된 준민간 기관”이라며 다른 독립 기관들과 구별했다.

차기 의장은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에 대응하면서 금융시장 신뢰를 지켜야 하는 어려운 균형을 해내야 한다. 기준금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의 투표로 결정되지만 의장은 회의 의제 설정과 논의 주도, 시장 소통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경제학자들과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 독립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정치 압력에 따라 정책을 운용하면 통제 불가능한 인플레이션 등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도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판단, 투명하고 책임 있는 운영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는 대통령의 공개 비판에도 휘둘리지 않고 맡은 업무에 집중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 만큼 차기 연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서도 파월처럼 비판을 견디며 경제와 국민에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해셋이냐 워시냐 놓고 ‘오디션 양상’

현재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 케빈 해셋과 전 연준 이사 케빈 워시가 떠오르고 있다. 2017년 파월을 의장으로 승진시킨 결정을 후회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자신의 조언을 더 잘 수용할 ‘유연한’ 인물을 원한다고 밝혔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해셋이 유력 후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인선은 ‘오디션’ 양상으로 복잡해졌다. 트럼프는 최근 워시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며 경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해셋은 “대통령 의견을 듣겠지만 그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자의 밀접한 관계가 시장 신뢰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해셋 부상 이후 장기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며 월가 불안감이 커졌다.

워시 역시 장애물이 적지 않다. 그는 최근 금리인하에 우호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경고하며 연준 금리인하 정책을 비판했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그가 2006~2011년 연준 이사로 재임하던 시기에도 일관됐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그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지적하며, 연준의 대규모 국채 매입 부양 정책에 반대하고 결국 사임했다.

정치적 이유로 금리 낮추면 저항

연준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12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최종 표결 결과보다 훨씬 치열한 논쟁 속에 진행됐다. 관계자들은 금리인하 필요성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어느 정도까지, 얼마나 공격적으로 인하할지에선 의견이 갈렸다. 일부는 인하 후 일정 기간 목표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결국 FOMC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안을 9대 3으로 승인했으며,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는 3.5%~3.75%로 낮아졌다. 경제 전반의 성장속도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고용둔화와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을 두고 견해가 엇갈렸다. 일부 참석자는 결정이 매우 미묘한 균형 위에 있었다며, 상황에 따라 금리 유지를 지지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 19명 중 12명은 2026년과 2027년에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준금리가 3%에 근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금리유지 쪽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금리동결 가능성이 커졌고, 연준 인사들도 연말연시 신중한 발언을 이어갔다.

위원회 구성도 곧 바뀌어 네 명의 지역 연은 총재가 새로 투표권을 갖게 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금리인하에 회의적이다. 기존 금리인하에도 반대했던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금리결정이 분열된 상황에서 차기 연준 의장 역시 내부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필요보다 정치적 이유로 금리를 낮추려는 시도는 다른 위원들의 견제를 받기 쉽다.

RBC 캐피털마켓의 블레이크 그윈은 향후 표결이 더 분열될 수 있으며, 연준 의장이 소수파에 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새 의장이 첫 회의에서 금리유지를 놓고 표결할 경우 반대표를 던지지 않기는 어렵다”며 다수와 함께 지지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윈은 이러한 상황이 연준의 정책 메시지 전달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대통령이 신경 쓰는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사 쿡 해임 판결이 큰 영향 미칠 듯

대법원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표적으로 삼아온 연준 이사 리사 쿡을 해임할 수 있는지를 놓고 변론을 열 예정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판결이 연준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능력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을 물색하는 상황에서 은행 시스템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적인 연준이 없다면 시장이 결국 사람들을 처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정치적 압력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인식돼 왔다.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대응이 의회와 행정부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과거에는 정치적 고려로 통화긴축 지연과 충분히 공격적이지 못한 정책의 조기 포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연준 독립성의 상징으로 자주 언급되는 폴 볼커 전 의장은 가혹한 금리인상으로 경제적 고통을 초래했지만 연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모두 볼커의 정책에 불만을 가졌지만 그는 해임되지 않았다. 이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역시 정치적 압력이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부정했다.

연준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받아왔다는 인식은 인플레이션 안정과 FOMC 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거의 사라진 덕분에 강화됐다. 외부에서는 연준이 정치적 갈등을 넘어 데이터와 과학적 판단에 기반해 움직이는 독립기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인선 과정의 양극화와 정치화로 이러한 인식은 현실과 점점 어긋나고 있으며, 정치·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공직 임명과 자리 유지를 위한 당파적 행동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6년 연준 의장 인선은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연준의 독립성과 미국 경제 신뢰를 시험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새 의장은 대통령의 금리 요구와 금융시장 안정을 조율해야 하며, 과거 볼커와 그린스펀이 지켜온 정치적 독립성도 최근 인선 양극화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연준이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이 드러날수록 투명성과 전문성 유지가 중요하다. 이번 인선은 전통적 독립성을 지키면서 경제현실과 시장신뢰를 동시에 관리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