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7개국 “그린란드는 거래 대상 아니다” 성명
트럼프 구상에 집단 반발 “동맹 흔드는 위험한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편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유럽이 일제히 반발하며 집단적 견제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군사개입 직후 나온 미국의 영토 관련 발언을 두고, 유럽에서는 “동맹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위험한 신호”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덴마크 등 7개국은 6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주민의 것이며, 그린란드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의 병합 구상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성명에서 북극권 안보 문제를 미국의 일방적 행동이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차원의 집단적 협력 사안으로 규정했다. “나토는 북극권이 동맹의 핵심 전략 지역임을 명확히 해왔으며 유럽 동맹국들은 이미 주둔 병력과 군사 활동,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에도 동맹 틀 안에서의 협력을 촉구했다.
개별 국가 정상들도 공개 발언을 통해 선을 그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주권 아래 있는 영토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덴마크의 주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는다”며 동맹 간 신뢰를 강조했다.
덴마크와 인접한 북유럽 국가들 역시 외무장관 공동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 문제는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며 유럽 내부 결속을 부각했다. 이들은 동시에 “역내 억지력과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적 대응에 착수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긴급 회담을 요청했으며 비비안 모츠펠트 외무장관은 “미국의 최근 발언이 갖는 의미를 명확히 짚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레토릭(수사)가 아닌 베네수엘라 사례 이후 미국의 힘의 사용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나토 동맹국 영토에 대한 무력 편입 가능성은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나리오가 공론의 장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