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치적 신뢰 복원…미·중·일 ‘고차방정식’은 남았다
이 대통령, 국빈방중 통해 관계 정상화 물꼬 … 저녁 귀국길
정상·총리·당서기 연쇄접견 성과 … 현안 해법은 중장기로
한중일 협력 강조 … 중, 일본 희토류 금지 철퇴 ‘엇박자’
이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날인 7일(현지시간) 오전 한·중 벤처스타트업 창업생태계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에 참석했다. 전날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이동해 첫 일정으로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와 만찬을 함께한 데 이은 두번째 공식 일정이다.
이 행사는 ‘한중 창업생태계, 연결을 넘어 공동 성장으로’를 주제로 양국 정부 고위급 인사와 유망 창업기업, 벤처캐피탈(VC) 등 벤처스타트업 관계자 약 400명이 참석했다. 한·중 벤처스타트업과의 대화, 한·중 투자컨퍼런스 등이 개최된 가운데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우수 스타트업의 제품·기술 전시도 함께 이뤄졌다.
한중 벤처스타트업과의 대화 세션은 연결과 공동성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중국측에선 ‘브레인코’ 한비청 대표, ‘미니맥스’ 옌쥔제 대표, 초상은행국제(CMBI)의 훠젠쥔 대표가, 한국측에선 ‘루닛’의 서범석 대표, ‘시엔에스’ 안중현 대표, ‘마음AI’ 최홍석 대표 등 양국을 대표하는 벤처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오후에는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다.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과 임시정부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한중 양국이 국권 회복을 위해 함께한 역사적 경험을 상기하는 ‘역사외교’ 행보다. 이후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5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6일에는 중국 입법부 수장에 해당하는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을 총괄하는 리창 총리,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를 잇따라 만났다.
이 대통령은 리 총리를 만나선 “올해를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삼고, 한중 관계 발전을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공고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천 당서기에겐 “이번 방중을 통해 한중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에 있던 약간 껄끄러운 부분이 모두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 간의 정치적 신뢰 회복과 우호 정서를 재확인한 점은 이번 방중의 최대 성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매년 만남을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한중간 경제 협력 관련해선 양국 기업 사이에 32건, 양국 정부기관 간의 14건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으로 기반이 마련됐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서해 구조물, 한한령 등 현안에 대해선 즉각적인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 실무 라인의 협의를 통해 진전을 모색하는 단계 정도에 그쳤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중국의 건설적 역할 수행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의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재확인이라는 성과를 얻어낸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방중을 통해 미중, 중일 간 갈등 국면에서 이 대통령이 걸어야 할 실용외교가 얼마나 험로일지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는 발언을 하며 미중 간 또는 중일 간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겠다는 압박 메시지를 내놨다.
중국 내 권력서열 2인자인 리창 총리와 면담에서도 미묘한 엇박자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리 총리를 베이징에서 만나 “한중일 협력의 틀 속에서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정 관련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중국 상무부는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금지 카드를 꺼내며 중일 간 갈등 구도를 더욱 부각시켰다.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미·중·일 3국 간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갈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철 국립경상대 교수는 “그동안 한중 양국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서로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대화채널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면 이번엔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까지도 다 내놓고 거론했다는 것 자체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이 대통령이 곧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선 중국과 다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도 미국대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난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