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세상에 극복하지 못할 병은 없다

2026-01-09 13:00:02 게재

30년 전,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던 날 인류가 영원히 기억할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떨리는 손과 몸으로 성화의 불을 점화시킨 것이었다. 알리는 파킨슨병으로 인해 몸이 불편했음에도 대중 앞에 당당히 등장함으로써 그 자체가 불굴의 의지와 인간 승리를 상징했던 것이다.

40대 초반에 파킨슨으로 진단을 받았던 무하마드 알리는 30년 간의 투병 끝에 2016년 타계했다. 그럼 현재는 파킨슨병을 치유할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용감하게 이 어려운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는 열심히 싸울 것이다.

적을 알아야 이기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한때 세상을 공포에 빠뜨릴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진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AIDS)는 요즘 불치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완치는 아니라 하더라도 정상인과 거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병이라고 알려진 무서운 병이 더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게 된 반면 파킨슨과 같은 뇌질환은 엄청난 연구와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치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에이즈의 경우 원인과 발병 경로가 정확히 알려져서 치료제의 표적이 명확했던 반면, 파킨슨의 경우는 너무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해 아직도 정확한 발병기전을 다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그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에이즈도 고치는데 파킨슨은 왜 아직?

파킨슨의 경우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연구를 하면 할수록 문제가 조금씩 명확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 그리고 그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병하는 것이라는 근원적으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원인 유전자에 의한 유전성 파킨슨의 경우도 전체 환자의 10% 정도만 설명할 수 있다. 그 밖의 거의 90%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훨씬 복잡한 원인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킨슨의 경우 표적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어떤 이유에 의해 파킨슨이 발병하든 상관없이 그 과정에서 도파민성 뉴런이 비정상적으로 죽어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도파민 뉴런을 죽지 않게 하거나 도파민 뉴런이 죽어도 그를 대신 할 방법을 찾아 투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처방되는 파킨슨 약은 L-DOPA라고 불리는 도파민 생합성의 직전 전구물질이다. L-DOPA는 경구용으로 복용이 가능한데 도파민과는 달리 혈관뇌장벽 (BBB)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이 물질이 뇌로 전달되면 도파민으로 만들어져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주게 되는 것이다.

그 작용의 기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약물은 도파민 뉴런의 사멸을 막지는 못하는 것이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용량을 투여해야 하고 점점 그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으나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과 제약회사들은 필사적으로 다른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

도파민 뉴런이 죽지 않게 하는 방법이 근원적인 치료법이겠지만, 도파민 뉴런이 죽어 나가는 이유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하게 되는데 도파민 뉴런을 외부에서 만들어서 뇌 속에 넣어주어 복구해 줄 수 있다면 이 질병은 치유 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뇌에 줄기세포 자체를 이식하는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줄기세포 자체를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뉴런으로 분화시켜 이들 도파민 뉴런만 골라내서 이식을 해 주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야마나카 인자로 잘 알려진 역분화 인자를 이용해 환자에서 추출한 세포를 역분화시켜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든 후 도파민 뉴런으로 재분화를 시키고 이 세포들을 이식하는 방법과,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시켜 만든 도파민 뉴런을 이식하는 시도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진도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아직은 임상연구 시행 환자수가 수십명 정도로 아주 많지는 않아서 종양으로의 분화 가능성 등 불안정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현재까지는 안전성을 보이면서 증상 완화효과를 보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규모·장기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고 판단된다. 다른 한계를 지적하자면 현재까지의 줄기세포 치료 효과 검증은 운동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비운동 증상에는 효과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차는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근본적 해결책 위한 다각도 우회로 모색

한가지 우회적이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도파민 뉴런이 죽어 나가는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 도파민 뉴런 사멸 과정 이후에 일어나는 중요한 생물학적 현상을 찾아서 표적으로 삼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은 얼마전 도파민 뉴런의 하위에서 작용하는 시상핵에서 만들어지는 반발성 흥분이 파킨슨의 원인일 수 있음을 발견했고, 이 반발성 흥분을 억제해 파킨슨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보고했다

이 발견이 의미하는 바는 작지 않다. 왜냐하면 도파민의 양을 늘리는 방법이 아닌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파킨슨을 치료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반발성 흥분을 만들어내는 이온통로를 찾았고 이 통로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반발성 흥분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면 파킨슨도 치료할 수 있을 것임을 제안했다.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는 ASO (antisense oligo) 라는 작은 화합물이 파킨슨을 치료하는 꿈의 제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경우도 혈관뇌장벽을 넘어가게 만드는 기술과의 결합이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우회적인 방법은 파킨슨의 발병과정을 좀 더 멀리서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그중 최근에 가장 임상 적용 가능성이 높았던 것은 당뇨약의 약물 재창출 시도였다. 그 기반에는 인슐린 저항성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이 있다는 발견이 있었다. 인슐린 저항성과 파킨슨의 인과 관계가 확실하지는 않았음에도 당뇨병에 잘 듣는 약이 파킨슨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조사해 볼 만한 동기 부여는 충분했다.

2025년 의학전문지 란셋에 당뇨병 치료제로 효과가 대단히 좋다고 잘 알려진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파킨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검증한 결과가 실렸다. 안타깝게도 파킨슨 증상에 대한 개선 효과가 거의 없음이 밝혀졌는데 그 이전의 짧은 기간 동안의 예비연구 결과들이 조금은 희망적 결과를 보였기에 더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GLP-1 연관 당뇨병 약물은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봐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당뇨병에 특화된 GLP-1 약물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조금씩 다른 유도체를 디자인해 파킨슨병에 특화된 새로운 GLP-1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면 여전히 파킨슨 치료에 도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본다.

난치성 뇌질환에 더 용감하게 맞서는 해

기초 생명과학 연구를 30년 이상 해온 필자가 새해 벽두에 웬 무하마드 알리 이야기며 파킨슨과 같은 복잡한 난치성 뇌질환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는지 의아해 하실 수 있겠다. 개인적인 사유지만 필자의 주변 지인들 중 이 병 진단을 받고 싸우고 계시는 분이 늘어나고 있기에 새해에는 새로운 돌파구를 맞이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당장 치유가 힘들다면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결국은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준호 서울대 교수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