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고사 작전’ 본격화

2026-01-13 13:00:01 게재

경제 제재, 군사 압박, 외교 고립까지

다층 포위 전략에 흔들리는 이란 정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25%의 대미 관세를 즉시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2차 관세’로 불리는 이번 조치는 이란과 교역하는 제3국에도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이 경제 패권을 앞세워 이란 정권을 고립시키는 동시에 반정부 시위로 동요 중인 내부 상황을 외부 압박으로 가속화하려는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는 미국과의 거래에서 25%의 관세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즉시 효력을 발휘하며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명확한 유예기간 없이 강행된 이번 조치는 사실상 이란과의 경제 관계 단절을 강요하는 것으로 주요 수입국이자 교역 파트너인 중국과 유럽에도 직간접적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통제 강화로 에너지 공급 루트의 상당 부분을 차단당한 상태다. 이번 조치로 중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라는 두 주요 자원국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됐다. 미국이 자국의 에너지 주도권을 무기로 삼아 중국과 이란 양국을 함께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외교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동시에 군사적 옵션도 선택지로 남겨두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며 공습도 포함한 다양한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회담 준비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선제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 인터넷 검열 문제 해결을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통화했으며 스타링크(위성 기반 인터넷망)를 통한 정보 유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정보전 차원에서도 이란 내 반정부 여론 확산을 지원하려는 간접 개입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미국과의 접촉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몇 가지 사안을 논의 중이며 핵 협상 재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이 협박과 명령을 중단하지 않는 한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미국이 제안한 일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군사 압박과 외교 접촉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적 상황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이란 내부는 이미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는 16일째 지속 중이며 이란인권(IHR) 단체는 시위 과정에서 최소 648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6000명 이상이 희생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수도 테헤란과 인근 지역에서는 시신이 대량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고 시위 참가자에 대한 즉결 체포와 사형 집행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이란 인권운동가통신인 HRANA는 이란 전역에서 1만여명이 체포됐고, 강제 자백과 고문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친정부 맞불 집회를 공개하며 체제 결속에 나섰다. 그는 정부 지지자들이 운집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에 게재하고 “이란 국민은 내부의 반역자와 외부의 음모에 맞서 깨어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여론 흐름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폭력적 억압으로 간주하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럽도 미국의 대이란 고립 전략에 본격 동참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12일부로 모든 이란 외교관의 의회 건물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유럽연합(EU)도 인권 탄압과 핵확산, 러시아 지원 등의 사유로 기존 제재에 더해 시위 진압에 책임 있는 이란 정부 관계자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다.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등의 조치가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유럽 주재 대사들을 소환해 항의하고 시위 현장의 폭력 장면을 편집한 영상을 제시하며 유럽의 개입을 비난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오히려 ‘물타기’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폭력 사태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하며 음모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외 여론은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사이버 공격, 핵시설 정밀 타격, 반정부 세력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대응 옵션을 검토 중이며 고위 참모들과의 회의를 통해 최종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군사 개입이 자칫 이란 정권의 ‘외부 조종설’ 주장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 제재, 외교 고립, 정보전, 군사 위협까지 총동원된 미국의 고사 작전에 유럽도 가세하면서 가뜩이나 내부적으로 혼란한 이란 정권이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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