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김병주 MBK 회장 구속 갈림길
13일 오전 영장심사 … 회생 절차 속도 시험대
‘사기 1164억원·사전 인지, 1조원대 분식’ 쟁점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검찰은 사기 혐의 규모를 1164억원으로 특정하고,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최소 11일 전부터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한 가운데, 경영진을 상대로 회계 관련 혐의까지 제기했다. 회생 논의의 전제가 되는 책임 구조와 재무 숫자의 신뢰성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박정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부터 김 회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MBK 부사장, 이성진 홈플러스 전무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중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봉진 부장검사 직무대리)는 이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알고도 팔았다’ 판단 = 검찰은 MBK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해 2월 17일부터 25일까지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1064억원과 기업어음(CP)·단기사채(SB) 100억원 등 총 1164억원 규모의 채권을 연속 발행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신용등급이 같은 달 28일 ‘A3’에서 ‘A3-’로 강등되고 나흘 뒤 회생절차가 신청된 점을 고려하면, 등급 강등 전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계획적 조달이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사기 적용 시점을 2월 25일이 아닌 17일 이전으로 보고, 2023년 이미 회생을 검토한 정황까지 포함해 회계 처리부터 채권 발행, 회생 신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구조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와 MBK는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회생 신청은 강등 이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ABSTB 발행 역시 신영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주도한 것으로, 홈플러스가 발행 구조나 판매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회계 처리 놓고 정면 충돌 = 회계 관련 혐의는 영장 판단의 또 다른 축이다. 검찰은 김 회장을 제외한 경영진 3명에 대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회계 처리와 감사보고서 기재를 문제 삼아 회계 기준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상환 의무와 상환 가능성이 높은 RCPS 약 1조1000억원의 상환권 주체를 특수목적법인(SPC)에서 홈플러스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부채를 자본으로 처리해 재무상태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했다는 의심이다. 이와 함께 물품대금 지급을 위해 차입한 자금과 대규모 대출의 조기상환 특약이 재무제표나 신용평가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쟁점으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RCPS의 자본 전환은 외부 회계법인의 객관적인 검토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진 회계 처리”라며 “부채를 임의로 자본으로 바꿔 자산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RCPS 자본 전환 시점은 신용등급 강등 이후인 2025년 2월 27일로, 전자단기사채 발행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토지 등 자산 재평가 역시 장기간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장부가치와 실제 가치 간 괴리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으며, 재평가 결과가 반영된 재무제표는 회생 신청 이후인 2025년 6월에 공시됐다고 덧붙였다.
◆회생은 멈추지 않지만, 속도는 달라진다 = 이 같은 사법 절차가 홈플러스 회생을 법적으로 즉각 중단시키는 것은 아니다. 회생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민사 절차로, 대주주 개인의 형사 책임과는 제도적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생계획이 전제로 삼고 있는 재무제표의 신뢰성, 청산가치 보장 원칙, 회생절차상 신규자금의 담보 안정성에는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안이 홈플러스 회생 논의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회생 논의가 단순한 자금 조달 문제를 넘어, 누가 언제 어떤 정보를 알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검증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어떤 판단 논리를 드러내느냐에 따라 회생계획 수정과 채권자 판단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며 “회생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더라도, 절차의 속도와 조건은 상당 기간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