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임주 서울대 경영대학 입학 예정
<경제> <미적분> <세계사> 경영학 지망생의 이유 있는 도전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눈이 갔다. 똑같이 용돈을 받아도 쓰는 기간, 사는 물건이 다른 것처럼 같은 조건에서 다른 결과를 부르는 결정의 이유가 궁금했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면서, 인간 행동의 동기나 과정을 이해하는 데 흥미가 커졌다. 중학생이 되며 접한 뉴스 속 경제 현상과 교과서 속 경영 원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호기심을 해결하도록 이끌었다. 자연스럽게 ‘행동경제학’에 관심을 가졌고, 경제·경영 원리로 사람과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목표는 도전으로 이어졌다.
인문 계열 전공을 지망하며 <미적분> 수업을 듣고, 소인수 과목이라는 부담을 안고서도 <경제> <세계사>를 기꺼이 공부한 것. 임주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임주
26명 VS 100명, 고민 안 한 이유
임주씨의 고교 생활에선 단연 과목 선택이 눈에 띈다. 온양여고는 과학중점학교로 수학·과학은 물론, 사회·언어 교과도 다양하게 개설해줘 원하는 과목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었다. 경영학에 관심이 커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을 함께 수강했다.
“<미적분>은 자연 성향 학생과 수업을 같이 듣고, 수강생도 <확률과 통계>의 3분의 1 정도라 부담이 상당했죠. 하지만 미분은 수요공급 곡선 변화 등 경영 원리에 많이 쓰여요. 효용함수도 <미적분>의 초월함수와 형태가 비슷하고요. 전공 공부를 고려해 <미적분>에 도전했어요. 3등급을 받았지만 궁금했던 ‘효용함수 근사를 통한 소비자 효용’을 탐구했고, 수학 반장을 자처하며 수학적 사고력과 분석력도 키워서 후회는 없어요. 대입에서 큰 경쟁력이 됐다고 믿고요.”
사회는 <경제> <세계사> <정치와 법>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등 교내에 개설된 대부분의 사회 과목은 물론, 공동 교육과정으로 <국제경제> <창의경영>까지 이수했다. 경영은 거의 모든 사회 현상과 맞물리는 만큼 사회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갖추고 싶었다고. 이 중 2학년 1학기에 이수한 <세계사> <경제>는 수강자 수가 각각 52명, 26명에 불과했다.
“2학년 2학기 공동 교육과정으로 <국제경제>를 듣기 전에 <경제>를 먼저 공부하고 싶었어요. 2학기 <경제>가 수강자 수가 훨씬 많았지만, 1학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좋아하는 역사를 병행하면 <경제> 공부의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겠다 싶어 <세계사>를 골랐고요. 현실적으로 수강 인원은 등급과 직결돼요. 하지만 전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제 목표에 가장 적합한 수업을 우선순위로 뒀어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제 학업 계획에 맞춘 당연한 선택이었죠.”
탐구 활동의 분기점 된 데이터 교실
데이터 역량을 키우려 <정보>와 <인공지능기초>도 배웠다. 특히 2학년 때 참가한 ‘FTA 데이터 교실’은 경영을 바라보는 시야를 바꿔줬다. 종속 변수로 국내 농업법인 매출액을, 독립 변수로 경상수지 중국 농산물 수입액, 재배 면적을, 매개 변수로 FTA 체결을 각각 설정하고 다중 회귀 분석에 나섰다. 탐구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결과가 예상과 달라 조건을 바꾸며 분석을 반복한 끝에 FTA 체결 시 우리 농업법인의 매출액이 약 10%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여기에 우리 농산물 매출 상승을 위한 차별화 전략까지 제시해 우수 탐구 보고서로 선정됐다.
‘FTA 데이터 교실’은 <내일교육>의 수업 프로그램 중 하나다. 대학 교수가 국내외 농산물 및 농식품 산업과 관련된 무역 정책, 회귀분석 기법을 강의한 후 학생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작성·발표한다.
“수상도 기뻤지만, 제 고교 활동의 분기점이 돼 인상이 남아요. <경제> 개념을 구체적 사례로 이해했고 협업 경험도 쌓은 데다, 데이터 기반 탐구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자연 성향 학생은 실험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현실에서 구현·검증하는데, 인문 성향은 그럴 기회가 없어요. 수업 덕분에 회귀분석법과 엑셀을 활용해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결과물을 만들게 됐어요. 고3 <확률과 통계> 시간에 엑셀로 SNS 사용 시간과 업무 생산성 간의 상관계수를 산출하거나, 학술제에서 2천200명의 고객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동아리에서 ATM 기기 수·지역 은행망·기준 금리를 변수로 삼아 금융접근성이 1인당 GDP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요.”
교과+독서+진로 이은 꼬꼬무 탐구
사실 임주씨가 경영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나, 데이터와 인공지능 지식을 쌓아야겠다고 마음먹은 배경에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자리한다. 사람이 의사를 결정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빈곤 차별 혐오 등 현대 사회의 문제가 개인의 일상을 어떻게 흔드는지 답을 찾고 싶었다고. 생활 곳곳에서 생긴 사소한 질문은 수업과 교내 프로그램, 독서, 탐구 활동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교내 독서 프로그램인 ‘고전 인사이트’에서 <변신>을 읽고 인간 소외 현상을 현대 사회에서 찾다 당시 이슈였던 플랫폼 노동자 문제를 접했다. 인간 소외가 심화되거나 완화되는 직종이 따로 있는지, 인간 소외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회·문화>에서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현상에 관해 기능론 갈등론의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물과 <윤리와 사상>에서 배운 벤담, 칸트 등의 사상을 융합하고, 데이터 교실과 <인공지능기초>에서 익힌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응용해 플랫폼 노동자가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인간 소외 지수 테스트를 제작했다.
“뉴스를 보면 유독 노사 관계, 저개발국과 선진국, 독과점, 지역의료 등 ‘불균형’과 관련한 사회 문제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익을 우선하는 경영적 관점에선 당연한 결과이지만 양극화가 심해지면 공동체에 균열이 발생하고, 심해지면 사회 전복, 생산성 감소로 이어져 이익 규모도 감소하는 역사 속 사례가 여럿 떠올랐어요. 사익과 공리의 균형점을 찾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책과 뉴스를 결합해 기술 사회에서 인간 존재의 이유와 역할을 고민하면 해법이 보일까 싶어 탐구를 시작했죠. 내신 성적과 수능을 챙기면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교과서 속 개념이 현실 문제를 이해·해결하는 기초임을 실감할 수 있었고, 직접 활용하면서 지식의 깊이도 깊어졌어요.”
최선을 다한 고교 생활이었기에 수시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다.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영 관련 전공으로 지원했다. 학교장추천 교과전형으로 고려대와 연세대 한양대, 종합전형으로 서울대 지역균형전형과 고려대 계열적합형에 도전했고, 서울대 경영대학에 합격했다.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과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미미해 보여도 3년 치가 쌓이면 ‘나’를 보여주는 창이 되니까요. 이때 벽에 부딪쳐보길 추천해요. 좀 힘들어도 나를 성장시킬 디딤돌이 되어줄 거예요. 특히 배우고 싶거나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세요. 등급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내 열정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 오히려 득이 될 겁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