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 칼럼
검찰, 개와 늑대의 시간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맹견 주인들은 이구동성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는 어떠할까. 맹견이 아니라 애완견이라도 자기의 밥그릇을 건드리면 이빨을 드러낸다. 그게 본성일 것이다.
한때 검찰은 권력의 주구로 불렸다. 권력자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었다. 보상은 확실했다. 먹고 남은 뼈다귀였다. 살점이라도 두툼하게 붙어 있으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최대한 아양과 복종심을 보였다.
주인들은 입 마개와 목줄을 꺼렸다. 몸부림치며 완강히 거부하거나 짐짓 슬픈 표정으로 낑낑대는 거다. 단념한 주인들은 두려워하는 이웃에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개는 물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랬다. 이미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두둔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이다. 자신이 먹이도 줬고 선의로 대하는 만큼 충성스러우리라 믿었을까.
결과는 모두가 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검찰이 안방을 차지하고 주인과 가족의 뒤꿈치를 문 것을. 나아가 동네 사람들을 마구 물어뜯으려다 붙잡혀 철창에 갇히지 않았나. 내란특검은 윤석열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스스로 목줄을 끊고 무차별로 물어댄 군견에 이어 목줄 채우지 않았던 맹견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될 운명이다.
입법예고 된 검찰개혁법안 둘러싼 논란
요즘 ‘휴먼 에러’와 ‘시스템 에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사람이 잘못이냐 부실한 제도가 잘못이냐 문제제기이겠다. 이를 한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권력의 바탕인 군과 검찰에 대입해 보자. 전두환은 개인적 야심과 권력욕으로 쿠데타를 일으켰을 것이다. 여기에 18년여에 걸친 군 우대의 시스템도 문제이지 않았겠나. 탱자나무 군 출신이 사회의 기둥과 서까래로 위치하지 않았나.
이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깜짝 놀랐제”하며 하루아침에 하나회를 척결해 문민화의 길을 열었다. 그런 시스템에서 권력을 위한 군대가 국민의 군대로 차차 선회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흘러 군 출신이 아닌 안규백 국방장관이 부임하면서 형식적으로도 진정한 문민군대의 면모를 갖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떨까. 그 자신 스스로 “검사가 수사로 보복하면 양아치”라고 정체성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검찰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화로 생긴 권력의 공백을 차지했다. 이어 검찰권 강화와 정계 진출, 재계와의 유착을 통해 검찰공화국의 기초를 닦았다. 이런 시스템 위에서 권력의 폭주와 내란 획책이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현재 진행중인 검찰개혁도 역사적으론 국민주권을 확립하는 흐름이겠다. 무차별 수사와 독점적 기소로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던 검찰시스템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거다. 이를 위해 지난해 수사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 입법이 이뤄졌다.
하지만 검찰이 밥그릇을 나누고 싶겠나. 당장은 국민의 회초리와 몽둥이가 신경 쓰이지만 오랜 생존의 비법이 있다. 바로 꼬리치기다. 주인 앞에 배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며 발등을 핥으면 입 마개도 목줄도 느슨하게 채울 것이다. 나중에 고개를 흔들면 빠져나올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이미 그런 전조가 보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고 했다. 기시감이 든다. 문재인정권의 검찰은 다르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검찰개혁법안을 두고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6명이 14일 집단 사퇴했다. 개혁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권을 확대하는 개악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과 파견된 검사들이 합작한 ‘도로 검찰청’이라는 거다. 뒤늦게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당이 숙의하고 정부가 수렴하라”고 지시했다.
과연 어찌 될까. 검찰개혁 시간대로 보면 그동안은 하루 중 가장 아름답다는 해지기 전 ‘골든아워’이다. 낭만과 희망이 가득한 시간이다. 하지만 곧 ‘블루아워’가 닥친다. 차갑고 고독한 시간이다. 이를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한다. 멀리 다가오는 실루엣이 양떼와 나를 지키는 개인지, 아니면 피에 굶주린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 말이다.
이 골든아워와 블루아워 사이가 보랏빛 ‘매직아워’이다. 검찰개혁의 골든아워가 끝나가고 매직아워에 접어든 상황이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주인공 남녀가 그리피스 공원 벤치에서 춤추던 ‘러블리 나잇’이다. 영화에선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문재인정부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스스로 여러 위업을 남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글쎄다.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말로 결국 윤석열에게 정권을 넘겨준 사실만 각인되지 않겠나.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하면 주가지수 3000은 거뜬하다”고 했다. 구 여권과 정치평론가들은 비웃었지만 1년도 안돼 4700을 넘나든다. 한반도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한 주변국과의 외교도 매끄럽다.
하지만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고 자신한다면, 그래서 입마개와 목줄을 단단히 채우지 않는다면 모든 위업은 검찰에 의해 지워질 수 있다. 이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이들이 깊이 유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