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양극화의 K자형 성장을 극복하려면

2026-01-15 13:00:02 게재

요즘 경기도 양평읍 일부 점포에 ‘환율폭탄’이라는 광고문구가 등장했다.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고공행진하는 환율에 대한 공포를 여실히 보여준다. 1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구지역 기업들이 최근 환율급등으로 경영상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3곳 중 2곳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어 역대최고 기록을 썼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환율 고공행진이 본격화된 이후 나타난 대조적인 풍경이다. 다시 말해 ‘양극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언급한 ‘K자형 성장’이란 바로 이런 모습을 가리킬 것이다.

환율 고공행진 후 양극화 더 심화되는 양상

K자형 성장이라고 이름붙인 양극화는 가장 고약한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좁혀지지 않고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런 양극화가 깊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과거 경험을 돌아볼 때 경제성장이 언젠가 난관에 부딪히거나 극심한 사회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실 원달러환율이 높을수록 수출대기업에게는 유리하다. 해외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로 바꿀 수 있는 원화가 증가하니 이익이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데는 지난해 하반기 환율상승이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대기업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수출대금도 바로 원화로 교환하지 않고 되도록 오래 달러로 보유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한국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도 지난해 11월 한달 동안 17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반면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과 일반 시민은 대구지역 기업들의 경우처럼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올라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시민들의 생활물가 부담이 커지고 그런 만큼 구매력이 낮아진다.

이는 내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내수기업들은 제품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익이 감소하니 신규고용 의지가 꺾이고,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가중된다. 결국 K자형 성장은 완화되기는커녕 더 깊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환율폭탄’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소망과는 반대로 K자형 성장은 고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회의에서 “고용절벽에 내몰린 우리 청년의 현실을 국가적 위기로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처방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특단의 대책’도 ‘정책적 상상력’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K자형 성장을 야기하는 요인으로는 신용도 낮은 사람 등에 대한 과도한 고금리와 청년취업난 등 여러 요인을 더 꼽을 수 있다. 이런 문제도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정부도 나름대로 고심하고 애쓰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환율의 영향은 시골장터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다. 업종이나 연령과 계층 등을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걱정하는 바와 같이 K자형 성장을 극복하고 싶다면 환율이라는 첫단추부터 올바르게 꿰어야 한다.

한미 금리역전이나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재검토를

원화는 지난해 7월 이후 9% 넘는 약세를 보이며 연말 무렵 1484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황급하게 안정대책을 내놓자 12월 30일 144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새해 들어 다시 꿈틀거리더니 1470원대로 올라섰다. 어쩌면 1500원까지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환율정책의 실패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후속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당국자들은 그저 지금의 환율이 “펀더멘탈과 괴리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환율폭탄의 무서움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이런 안이한 자세라면 환율폭탄 해소도 어렵고 K자형 성장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것 같다.

그러므로 이제는 더 이상의 잡념은 버리고 근본적인 환율안정 방안을 찾아야 한다. 원화약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상태나 이재명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두가지 다 할 수 없으면 하나라도 해야 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