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트럼프 2기 1년, 중동에서 무엇을 남겼나
지난해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했을 때 중동전문가들의 예측은 대체로 일치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주의, 신고립주의 기조가 1기보다 강화될 것이며 미군 관여 축소, 친이스라엘 노선 강화, 가자분쟁 조기 종결, 아브라함협정 확대, 이란 핵에 대한 강경대응이 이어지리라는 전망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방향은 맞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미군 관여부터 예상을 빗나갔다. 중동 주둔군 4만~5만명 규모는 그대로 유지됐고 오히려 개별 군사 개입은 늘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이 대폭 강화됐고 후티 반군과 시리아 ISIS에 대한 보복공습이 이어졌다. 결정적으로 6월 22일에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초유의 공습을 단행했다. 카타르에는 미군기지 주둔과 관련해 안전보장까지 약속했다. 철수는커녕 관여를 확대한 셈이다.
이스라엘 정책에서도 의외의 모습이 나타났다. 네타냐후의 무모한 확전으로 두 지도자 관계가 악화됐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 무기지원은 물론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엄호까지 아끼지 않았다. 11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이 “분쟁이 여전히 중동의 최대 우려 사항이지만 헤드라인을 보는 독자들 생각보다 덜 우려되는 문제”라고 기술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가자문제는 트럼프의 한계를 보여줬다. ‘취임 24시간 내 종결’이라는 호언장담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1월 휴전합의, 2월 재개발 방안, 9월 평화안, 11월 유엔 안보리 결의까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비협조에 막혀 폭력사태는 지속되고 있다. 9월 유엔 연설에서 가자 포함 7개 지역의 분쟁을 종식시켰다고 공언했지만 사실 어느 것도 그렇지 못했다. 노벨평화상과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중동에서도 경제 이익 앞세운 돌출행동
아브라함 협정 확대도 난항을 겪었다. 5월 사우디 방문과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미 때 집중 설득했지만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진전 부재를 이유로 호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예상과 달리 사우디와 전략적 방위협정을 체결하고 우라늄 농축까지 허용했다. 사우디를 중동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란 핵 문제는 급반전을 보였다. 4월부터 신축적으로 간접 협상을 진행하다가 6월 22일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시설들을 기습 공습하고 우라늄 농축 일절 불허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협상 파국은 이란 시장 재진입을 기대했던 적지 않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트럼프 특유의 돌출행동은 중동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역 전략보다 경제적 이익이 앞섰다. 해외 첫 순방으로 5월 사우디 카타르 UAE를 돌며 2조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받았고 11월 왕세자 방미로 사우디의 투자 약속은 4000억달러가 늘어 1조달러가 됐다. 가자에 대한 소유와 경영까지 요구해 아랍권을 당황케 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다운 발상이었다.
서방적 가치는 배제하고 철저한 실리주의를 택했다. 5월 사우디 방문 중 알 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깜짝 접견한 데 이어 11월 백악관에서 다시 만났다. 인권문제가 있는 시리아 신정부와의 관계정상화를 서두른 것이다. 3~4월 이스라엘과 공조해 후티 반군을 공습하더니 5월에는 단독으로 휴전했다. 미국 국가안보전략서(NSS)는 걸프 왕정국가들의 통치 형태에 간섭하지 말고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동맹국들에 보였던 고압적 태도가 네타냐후에게만은 완전히 달랐다. 여기에는 국내 정치와 대외정책이 반영돼 있다. 인권 등 가치와 동맹국 보호 및 안보위협 세력 제거라는 전략적 측면 사이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처럼 후자를 택했다. 네타냐후의 고집에 대해 언론 앞에서 표출했던 불만과 우유부단은 어쩌면 포기 못할 국익을 이스라엘의 무모함을 빌어 관철시키려는 기교였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바이든과 달리 중국에 대한 견제는 뚜렷하지 않았다. 그의 선택은 중국과의 경쟁이었고 이는 중동의 변화된 여건상 불가피했을 것이다.
2026년 중동정책도 지난해 연장선일 듯
2026년 트럼프의 중동정책은 작년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어는 실리 실용 친이스라엘 반이란 노벨평화상이다. 가자 이란 시리아 예멘 수단 아프간의 안정은 시간을 요한다. 주위가 불안하지만 중동 국가들은 이에 휘말릴 여유가 없다.
트럼프에 최대한 맞추면서 경제발전과 협력선 다변화를 지속 추구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도 약진할 것이고 우리의 중동 실용외교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