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한국경제 최대 복병 ‘고환율’ 다스리기

2026-01-16 13:00:02 게재

고환율이 한국경제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은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다섯차례 연속 동결이다.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지만 1500원대를 위협하는 고환율 탓에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인상도 검토할 수 있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었다.

14일(현지시간)에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원화약세에 대해 “한국의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해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해온 미 재무부로선 이례적 발언이다.

미국으로선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투자, 연간 200억달러 투자 이행에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베센트의 구두개입에 외환시장이 원달러환율 급락으로 반응했다. 15일 환율이 10거래일 연속 상승행진을 멈추고 1470원 밑으로 내려갔다.

고환율 요인 복합적…F4 역할 막중

고환율 요인과 관련해 여러 분석이 제기됐다. 한은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증가로 인한 외화유출 확대를 꼽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외화 순유출 규모가 196억달러(약 29조원)다. 2024년 같은 기간 순유출(5억달러)의 40배에 가깝다. 그만큼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투자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커졌다. 특히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규모는 1171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710억달러) 대비 461억달러 급증했다.

2024년 경상수지가 990억달러 흑자를 냈고 지난해에도 11월까지 흑자가 1018억달러였다. 하지만 해외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환전 지연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환율 안정’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금융학회·한국경제학회·외환시장운영협의회가 주관한 토론회는 고환율의 구조적 원인으로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재정 확대와 통화정책 완화 기조, 역대 최장 기간 한미 금리차 역전 등을 지목했다.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명목 GDP) 대비 통화량(M2) 비율은 153.8%로 여타 선진국보다 높다. 양적완화가 잦은 미국(71.4%)의 두 배, 유로지역(108.5%)을 웃돈다. 경제규모보다 유동성이 넘쳐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정기조도 주요국과 다른 흐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재정지출 비중은 2025년 37.2%에서 2026년 37.7%로 0.05%p 상승한다. 같은 기간 데이터가 있는 OECD 33개국 평균은 43.6%로 변동이 없다. 미국·영국은 GDP 대비 재정지출 비중이 내려간다. 한국이 주요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확장재정 기조인 것은 원화가치를 약화(환율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2027년까지 확장재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인하하고, 한국은 이번에 동결함으로써 미국(연 3.5~3.75%)과 한국(2.5%)의 금리차이는 여전하다. 2022년 7월 이후 역대 최장인 한미간 금리역전 상태는 투자자금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이동하는 유인이 커지면서 원화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올해도 미국경제 성장률이 한국을 웃돌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의 미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3%로 한국(2.0%)보다 높다. 한국이 경제규모가 15배 큰 미국에 성장률이 뒤진 것은 2023년 이후 4년째다. 증시 수익률도 차이 난다. 코스피지수가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4800선에 다가섰지만 상승종목보다 하락종목이 많다. 실물경제는 저성장과 내수 침체에 허덕이는데 주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몇몇 대형주 쏠림으로 오른다.

미국과 협조 강화해 환율상승 기대심리 잡자

환율 결정 요인은 복합적이다. 관건은 경제 펀더멘털과 국내 투자 유인이다. 정부는 규제혁파와 구조개혁, 증시 환경 개선, 해외투자 유치, 재정건전성 강화 등 일관된 정책과 신호로 시장 신뢰를 얻어야 한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의 F4가 긴밀히 공조해 실력을 발휘할 때다.

한국의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대미투자 이행이 어려워져 미국에도 차질이 생긴다. 미국과 적극 소통하며 ‘협조 개입’하고, 통화스와프 재개 등 실효성 있는 조치로 환율 상승 기대심리를 잡기 바란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