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북관계에 대해 중국학자들이 던지는 비관적 질문들

2026-01-20 13:00:01 게재

지난해 평양을 수차례 방문한 중국학자와 기업인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남북대화의 조기재개와 중국 지도부에 의한 중재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한중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소통 자체가 안되니까 중국이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석 자 얼음은 한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또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를 발신하기도 했지만 윤석열정부 시절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위를 언급하며 “불안해했을 북한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북미대화를 중재하려면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었지만 이후 고위급회담, 공식 무역확대, 노동자 파견 재개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측 인사들은 중국정부의 대북한 제재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평양 엘리트들의 격앙된 분위기와 비판

이들은 평양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하며 “김정은이 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왔는지를 이해해야만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바늘구멍이라도 뚫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내 외교안보전문가들도 남북·북미대화의 조기재개 가능성을 낮게 봤는데, 중국학자와 기업인들도 또한 평양에서 이와 비슷하게 싸늘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전해주었다.

이들은 평양 입장을 반영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윤석열 시기 남북관계는 강대강의 반통일이며, 윤석열정권은 민족에 대한 적대적인 말과 행동으로 일관돼 그나마 이해하기가 쉬웠다. 더욱 나쁜 점은 문재인정부 시기 대북정책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는 점이다. 9.19 군사합의를 제외하고 남북교류 분야에서 실천이 없었다. 겉과 속이 표리부동했다.”

“문재인정부는 미국에 끌려 다니며 정책을 실천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북측에 대한 기만전술이었는가.” “현재 러시아의 주요 대북지원 물품이 의료진과 보건의료지원이며, 중국 민간에서도 중국내 북측 인사들을 통해 의료보건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분야에서 남북협력의 공간이 남아있나? 타미플루 제공과 같은 의료보건과 인도주의적 분야에서도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는데” 등등.

그들은 다음에 평양에 갔을 때 평양당국에 남측의 기류변화가 있다는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이재명정부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특히 “북측은 선의를 보이기 위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이 연설을 하게하고, 백두산에 초청을 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김정은이 인민들에게 면목이 없어졌다. 앞으로도 표리부동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를 물었다. 이들은 “이재명정부가 5.24조치 해제나 개인관광 재개라도 선제적으로 선언해야 하지 않나”라고도 조언했다.

중국학자나 기업인이 만난 평양 엘리트층이 미래를 전망하거나 정부전략에 깊이 개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북 간 직접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이들의 전하는 평양 엘리트층의 분위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북한 고위층과의 대화가 어렵다면 간접적이나마 평양 엘리트층이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측 주민들에게 남측의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선의를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학자들과 이런 대화가 가능해진 것도 한중관계가 정상화되면서다. 중국내 조선족 엘리트들은 지난 몇년간 침묵하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제부터는 어느 정도 정치적 발언이 가능해지면서 남북 간 가교역할을 할 공간이 생겼다고 반가워했다.

달라진 환경 걸맞는 명칭·조직·전략 필요

남북대화 재개국면에서 이들이 우려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2024년 1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 조직이 폐지·해체되었다는 점이다. 우발적으로 대화재개 국면이 열린다면 북측은 국방성 외교성 등을 내세우며 우리측에도 대화창구로 같은 기능을 하는 부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와 같은 남북관계 담당부처는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과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 걸맞는 명칭과 조직개편, 협상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