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 NDS, 새로운 한국형 안보 문법의 기회

2026-01-27 13:00:03 게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2026 국가국방전략(NDS)’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체로 ‘고립주의’ ‘가치외교의 포기’, ‘서반구에 대한 군사적 모험주의’, ‘대서양동맹의 파열’ 등 부정적 반응이 많다.

두 문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소진된 미국의 힘을 비축하기 위해 전략적 내러티브 전반을 재정립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 수호’나 ‘국가 건설’ 같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목표를 폐기했다. 그 빈자리는 “미국인의 구체적이고 실리적인 이익”이라는 지극히 계산적인 잣대의 내용들이 채워졌다.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우선, 위협 인식의 재조정이다. 미 본토 방어,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억제, 동맹국 및 협력국과의 분담 증대, 미국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4대 핵심 노력으로 설정했다. 이는 모든 위협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힘의 비축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립보다는 중국 억제에 집중하며 북한 위협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감당해야 할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 분류했다.

동맹을 ‘자산’이 아닌 ‘비용’의 관점으로 정의

특히 동맹관의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맹을 ‘자산’이 아닌 ‘비용’과 ‘책임’의 관점에서 명확히 정의했다. 한국을 “높은 국방비 지출, 강력한 방위산업, 의무적 징병제에 의해 뒷받침되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로 정의하고, 북한 억제의 주된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동맹이 1차적 방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 지침으로 못 박은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 역시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 제공자로 조정했다. 이는 사실상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을 넘어, 대북 억제의 본질적인 하중을 한국군에 맡아야 한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에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북한의 비핵화 목표는 사라졌다. 북한의 재래식 및 핵무기가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점, 핵무기의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역량이 점차 강화되고 있고 즉각적인 위험이란 점을 언급했으나, 확장억제에 대한 언급은 부재하다. 반면 미 본토 방어를 위한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에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것을 ‘고립주의’나 ‘방기’ ‘재앙’으로만 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오히려 보고서의 전체 내러티브는 ‘전략적 솔직함’ ‘실용적 군살 빼기’ ‘힘의 비축 의지’ 등을 통해 더 강한 패권 의지,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더 강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이상주의로 힘을 소진하는 대신 미국인의 구체적 이익에 집중해 국력을 비축하겠다는 실용적 현실주의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미국의 솔직한 변화가 한국에게 던지는 역설적인 기회다. NDS는 한국을 더 이상 보호가 필요한 피후견국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을 강력한 군대와 방산 기반을 갖춘 북한 억제의 1차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나라로 정의했다. 물론 이는 방위비 분담과 1차 억제의 부담으로 돌아오겠지만 한편으로 안보 자율성 확대라는 기회의 창이 열린 셈이다.

미국이 ‘제한적 지원’으로 물러선 공간에 우리의 독자적인 전략 타격 능력과 정보 자산의 확충, 한반도 작전의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미국의 대북정책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고 미 본토와 한미에 대한 위협 능력을 강화하는 국가로 짧게 언급한 부분이다. 이제 북한을 비확산에서 억제의 대상으로 보는 프레임의 변화가 읽혀진다.

한국형 전략적 안정성을 정립할 때

감상적인 동맹론의 시대는 갔다.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는 거래적 동맹을 장기적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미국의 ‘힘의 비축’ 전략을 우리의 ‘자강’과 한반도 전략적 자율성 확대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냉혹할 정도의 전략적 솔직함이 한국의 관성적 정책 프레임과 사고에 긍정적 ‘각성’을 주는 측면이 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의 전략적 취약성은 무엇이고 전략적 안정성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새로운 안보 문법 속에서 한국형 전략적 안정성을 정립할 때다.

홍 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